세상이 하나로 사는 법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미국의 대표적인 포크 가수이자 작곡가인 제니스 이언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 가지 멋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지난 4월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에 감염되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 가수 존 프라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져 있던 중,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 멜로디가 떠올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2시간 만에 곡을 하나 만들었다. 멜로디와 가사를 완성한 뒤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폰을 움켜쥐고 무반주로 노래를 불렀다. 녹음실에서 녹음한 것이 아니다 보니 중간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도 그대로 담겼다. 그렇게 급 탄생한 노래의 제목은 ‘Better Times Will come’. 우리말로 번역하면 ‘더 좋은 날이 온다’이다.

그는 이후 녹음 파일과 악보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하면서,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취소되어 집에 머물고 있는 동료 음악가들에게 각자 스타일에 따라 ‘집에서 만들어 본’ - 더 좋은 날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집에 격리된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모두 집에 ‘갇혀 있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결국은 언젠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응원의 마음을 담은 프로젝트다.

유명한 포크 음악가 존 고카를 시작으로 프랭크 터너, 에릭 비브, 스티브 바우프먼, 나일 머피 등 여러 뮤지션들이 그의 제안에 공감하여 멋지게 스타일을 바꾼 노래들로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다케나카 에리는 원곡 가사를 일본어로 번안해 부르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뮤지션의 참여는 없는 듯하다.

그의 노랫말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세상이 하나로 사는 법을 배울 때, 그래, 더 좋은 날이 올 거야.”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면서 “온 세상이 하나로 사는 법”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고리타분하게 여겨졌던 식상한 이야기가 막상 현실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경험을 했다. 소중한 깨달음도 얻었다.

차별과 혐오는 공동체를 병들게 할 뿐이었다. 성소수자,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시선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 집단에 대한 부당한 낙인과 혐오는 오히려 공동체를 더욱 위험하게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배제와 혐오가 아니라, 미등록 이주민(불법체류자가 아니다)을 포함한 충분한 공공보건 시스템과 성적지향은 온전히 개인의 영역으로 존중해주는 성숙한 행정제도가 공동체를 안전하게 한다는 것을 배웠다.

또 가장 약한 사람까지 안전해야 모두가 안전하다. 코로나19가 벗겨낸 우리 사회 민낯은 취약한 사람들일수록 재난에 무방비 상태라는 부끄러운 현실이었다. 쪽방촌에 살고 있는 도시 빈민, 장애인, 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갑자기 찾아온 재난에서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없거나 충분치 않았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세상이 하나로 사는 법을 제대로 배운다면, 반드시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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