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돌파 위한 햇볕정책 2.0

2020.09.15 03:00 입력 2020.09.15 03:02 수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지시 이후 잠잠했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의 통화,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회동 등 한·미 NSC-외교 고위채널이 재가동되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인도지원을 매개로 북한과의 대화에 기대감을 나타낸 가운데, 두 달 가까이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미국 측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9월 말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김여정이 미국을 방문하고 이를 계기로 폼페이오와 회동할지 모른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북·미대화의 재개 모색과 별도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핵 문제를 우회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전략적 행동으로 대담한 변화를 이끌어 내 남북의 시간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통일부도 남북 교착상태 해소, 광복절 경축사 후속조치, 인도지원·개발협력, 남북경협 사전조치 추진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선 몇 가지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김연철 전 장관이 이임 직전 출입기자들과 만나 신임 장관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감도 커진다며 2017년 전후로 바뀐 상황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밝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변화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미완성이었고 대북제재가 느슨했으며 미·중 협조체제도 유지되고 있었다. 현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가 시행되고 있으며 미·중 간에는 전략적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둘째는 병행론적 접근법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이다. 북한 핵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핵문제와 교류·협력의 연계론적 접근법에 비해 양자를 독립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병행론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다루지 않는 병행론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셋째는 촘촘한 대북제재 하에서 안보-안보 교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협력과 같은 경제 인센티브를 통한 비핵화 접근법, 즉 경제-안보 교환 방식은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받는다고 해도 난국을 돌파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실제로 북한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과 같은 안보-안보 교환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미·중 전략적 경쟁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국 편승 전략을 취하면서도 미·중 대리전의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전략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 미 대선 결과를 지켜보며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국가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위협기반전략’을 넘어 어떤 안보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대응능력 제고”(김여정 7·10담화)에 초점을 둔 ‘능력기반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 교착국면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하나는 북한이 제시한 전제조건의 일부라도 미국이 받아들여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이다. 그리하면 남북대화 가능성도 높아지긴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한국 참여를 꺼리고 있어 우리 나름의 남북관계 돌파구를 준비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1.0을 뛰어넘는 햇볕정책 2.0이 해답이 될 수 있다. 햇볕정책 2.0은 입구에서 병행, 출구에서 연계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입구와 출구 사이는 단계적으로 연계를 늘려가는 과정이 된다. 입구에서 비핵화를 우회해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더라도 출구에서만큼은 비핵화와 연계되는 로드맵이 설계돼야 한다.

햇볕정책 2.0은 변화된 상황에 맞게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소해 줄 안보-안보 교환 방식을 채택한다.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협력도 안보-안보 교환의 기본 틀 위에서 포괄적으로 다루어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촘촘한 대북제재에 막혀 경제 인센티브 제공이 쉽지 않은 만큼, 9·19군사합의서에 따른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 기존 합의사항의 철저한 이행은 물론,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DMZ국제평화지대와 남북한-유엔사 간 3자 군사회담 추진 등 대북 안보 인센티브의 발굴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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