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요리사

2021.09.02 03:00 입력 2021.09.02 03:05 수정

[임의진의 시골편지] 방구석 요리사

방탄소년단이 작년에 스팅과 콜드플레이도 다녀간 ‘타이니 데스크’ 방구석 공연장에 나타나 기염을 토했지. 세계는 이미 소년단의 것이로구나 끄덕이게 되었다. 지민의 파스텔톤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 젊음의 상징, 데님 셔츠와 청바지, 청재킷도 멋짐 뿜뿜. 무엇을 입는가가 당신을 보여준다. 시골교회 목사 생활을 할 때는 어르신들 연배에 비슷해 보이려 수염을 랍비처럼 기르고 생활한복을 즐겨 입곤 했어. 이후 세계를 여행하면서부터는 우산이 귀찮아 왁싱이 된 바버 재킷을 즐겨 입었지. 빗물이 옷에 스미지 않더라. 눈물도 소매에 스미지 않고.

‘What you eat is who you are.’ 무엇을 먹는가가 당신을 보여준다. 여행지에서 만난 식당의 글귀도 눈에 쏙 들어오더군. 텃밭의 방울토마토와 붉은 당근, 애호박의 여린 껍질 같은 싱싱한 식재료가 아른거려. 방구석 공연장과 방구석 식당, 혼자서 어떻게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가 당신을 보여준다. 어떤 날은 내가 만든 반찬이나 된장국이 너무 맛있어서 ‘식당을 차려도 되겠어’ 상상을 해봐. 외딴집 방구석 요리사의 자아도취.

아일랜드에 이런 얘기가 있대. 하느님을 깔깔 웃게 만들려면 방법이 딱 하나 있대. 다름 아니라 기도할 때, 하느님께 네가 품은 계획을 한번 쭉 설명해 보래. 백퍼 하느님의 포복절도. 이거 되게 웃기는 이야기인데, 감이 아직 안 오면 며칠 생각해 보고 웃길. 더블리너와 베를리너의 유머는 유럽에서 워낙 고약해 며칠 후에나 웃는다지. 참고로 식당 계획은 없고(?), 코로나가 진정되면 집에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밥을 한 상 차려줘야지 생각. 방탄소년단 노래도 한 곡 외워서 방구석 공연도 즐겁겠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훈훈해. 거창한 계획, 산만한 공약들. 선거철이 다가오니 말의 풍년이로세. ‘무엇을 말하는지가 당신을 보여준다.’ 정직하고 분명하지 않은 말들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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