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 시민으로 살기

2022.03.10 03:00 입력 2022.03.10 03:02 수정

바야흐로 정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칼럼이 게재되는 날이면 빨강, 파랑으로 대비되는 각종 그래프가 온 언론 매체에 도배되어 있을 것이다. 어떤 권력이 승리하더라도 후유증을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다. 이뿐인가? 바이러스, 전쟁, 미사일 등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사건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길고 지루하고 뿌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조금 식상한 얘기지만, 한국 사회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이고,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경제 성장은 시니어 세대에게는 최대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 경제의 규모가 커진다고 반드시 개인의 삶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각종 통계들이 보여주는 차가운 데이터보다는 시민으로서 개인의 행동양식과 변화에 더 관심이 많다. 단단한 하루하루가 쌓여 삶이 되듯이 성숙한 개개인이 모여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찰스 퀴글리(미국 시민교육센터)는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라고 했고, 한스 레오르그 벨링 교수(독일 튀빙겐대)는 “민주주의는 배워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시민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부모, 자식, 친구, 동료, 이웃 등 여러 위치로 살아가는 개인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 그리고 민주주의가 그저 선언적·추상적 명사로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사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오래전 나는 영국의 한 사회혁신 기관에서 영감을 받은 바 있다.

2012년 나는 영국의 영파운데이션 재단(The Young Foundation)을 방문했고, 거기서 ‘The U’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The U에서는 ‘약한 유대(Weak Ties)’가 활발하게 작동하는 사회를 표방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약한 유대’는 이웃과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관계, 동네 단골 노점상 주인에게 매일 아침 신문을 사는 정도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웃들의 존재를 인식하기, 이웃들과 눈인사 나누기, 말문 트기 등 어찌 보면 아주 작고 소소해 보이는 이런 행동들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척 신선했고 흥미롭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후 위기, 혐오, 불평등 같은 사회적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친환경적 성장, 사회적 가치를 담은 성장, 삶의 질이 나아지는 성장이라고 말한다. 나는 ‘새로운 성장’이라는 당면 과제 앞에서 연륜을 갖춘 50플러스 세대가 먼저 모범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때로는 무기력하고 공허함도 몰려오지만, 지금 당장 나부터 할 수 있는 일상의 실천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 50플러스의 집단지성과 공적 책임성을 보여주면 좋겠다.

<조화로운 삶>의 저자인 헬렌 스콧 니어링이 말한 시간 배분의 법칙이 떠올랐다. “깨어 있는 시간의 삼분의 일은 먹고살기 위한 노동에, 삼분의 일은 독서·대화·명상 등 즐거움을 위해, 삼분의 일은 이웃과 공적인 책임을 위해.” 긴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생애전환기를 맞은 지금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결코 쉽거나 가볍지 않은 화두다. 시민 되기, 생각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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