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천 개의 바람이 되어

2022.04.18 03:00 입력 2022.04.18 03:04 수정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김영옥이 서툴지만, 진정성 있는 창법으로 불러 화제가 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는 듣는 이들을 눈물짓게 하는 노래다.

2003년 일본의 작곡가인 아라이 만이 ‘천의 바람이 되어(千の風になって)’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여 아키가와 마사후미, 모리 마키 등의 가수들이 불렀다. 아라이 만은 아내를 잃고 슬퍼하는 친구를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뒤에 2009년 2월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한국어로 번안하여 발표했다. 그즈음에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여 장례식장 등에서 추모곡으로 쓰였다.

이 노랫말은 1932년 미국 볼티모어의 주부 메리 프라이가 쓴 ‘내 무덤에 서서 울지 마오(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에서 차용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말아요/ 난 거기 있지 않아요, 난 잠들어 있지 않아요”로 시작되는 이 시는 그가 어머니를 잃고 상심한 이웃을 위해 쓴 것이었다. 한편에서는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던 작자 미상의 시를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정작 이 시가 유명해진 건 1989년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로 목숨을 잃은 영국 병사가 부모에게 남긴 편지에 인용하면서였다. 이 병사의 부모가 장례식장에서 낭송했고, 그 장면이 BBC 뉴스를 타고 전 세계에 전파됐다.

4월의 봄날, 우리에게 이 노래가 처연하게 들리는 이유는 팽목항에 펄럭이던 수많은 노란 리본 때문이다. 임형주는 2014년 세월호 참사 공식 추모곡으로 헌정하면서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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