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제’가 나아갈 길

지난 3일 오후 5시56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한 백화점 앞에서 최원종은 지나가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최원종은 검찰로 송치될 때 “자신은 스토킹 피해자이며, 집 주위에 스토커들이 많아 그들을 죽였다”고 했다. 분명히 피해망상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사건은 2019년 4월17일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안인득 방화 살인 사건과 비슷하다. 안익득은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이익을 당해 화가 날 대로 났다”고 했다. 이러한 피해망상으로 인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두 사건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치료를 중단했고, 피해망상으로 이어졌다. 피해망상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런 참혹한 범죄는 막아야 한다. 어떻게 막을까? 답은 해당 사건에 있다. “아픈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가 중단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1995년 ‘정신보건법’에 강제 입원제도를 도입했다. 보호의무자 1인과 전문의 1인의 동의가 있으면 강제 입원이 가능했다. 쉬운 입원은 여러 형태의 인권 침해를 일으켰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후 보호의무자 2명, 국공립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의사 1명을 포함한 전문의 2명의 동의가 있어야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강화된 요건 때문에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치료받기 어려워졌다. 입원 치료 중단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입원 치료 중단은 2018년 12월31일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9년 1월 국회에선 ‘사법입원제’ 도입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제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서현동 최원종 살인 사건으로 ‘사법입원제’ 도입을 법무부는 시사했다. 제도 도입이 헌법에 합치하기 위해선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적정해야 하며, 법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피해의 최소성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강제 입원 제도는 오로지 개인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국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미국·독일·프랑스 등에선 국가가 개입해 치료 중단을 막고 있다.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입원 여부를 인권의 보루인 사법부가 결정하도록 고안된 사법입원제 도입은 정당하다.

다음으로 방법이 적정해야 한다. 종래 입법안에선 가정법원을 강제 입원 결정 주체로 보고 있다. 입원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이 판사의 전문성이다. 가정법원이 아니라 사법 입원 전담법원이 필요하다. 다만 판사 정원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 쉽지 않다.

정부는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한다면 판사 인력을 늘리는 것에 주저해선 안 된다. 사법입원제도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 입원 치료 가능성을 열어두는 제도다. 그렇다면 오로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현존하고 명백한 중증 정신질환자만 사법 입원의 대상으로 해야 한다. 법익의 균형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단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법입원제도가 도입된다면 현재 강제 입원 시설이 친사회적으로 돼 있는지, 최초의 입원 기간은 얼마로 할 것인지, 퇴원 여부는 누가 판단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피해의 최소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제도 도입의 목적이 정당해도 디테일이 정의롭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관계부처인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되 입원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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