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동자의 투쟁을 응원하는 이유

얼마 전 한 기자로부터 “가장 주목해야 하는 빈곤 현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올 하반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공공성이다. 철도·에너지·의료·연금에 이르는 각종 기반시설과 제도가 공공성 후퇴의 위기에 처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빈곤 현안을 질문했는데 공공성이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기자는 잠시 갸우뚱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공공성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위협받는 것은 가난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공공성 후퇴로 필수적 지출이 늘어날 때 각 개인의 주머니는 쪼그라들고, 빈곤은 모두에게 한층 더 가까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 대부분이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괴된 공공성의 결과는 서서히 사회를 잠식하거나 위기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그 의미를 드러낸다.

지난 3월, 57명이 사망한 그리스 열차 탈선사고의 연원에는 2013년부터 시작된 철도 민영화가 있다. 민영화된 철도 운영자들은 시설관리와 안전에 필요한 인력과 조치를 감축해 수익을 챙겼지만 이로 인한 위험을 외면했다. 해당 노선의 신호시스템은 이미 6년 전 고장났다고 한다. 그리스의 시위대는 ‘그들의 이익, 우리의 죽음’이라는 구호를 들고 사고에 항의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2011년 철도 민영화가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 공공기관 재정건전성 강화와 같은 외피를 씌워 서서히 민영화를 진행한다.

2013년 수서역에 고속철도(SRT)가 도입되면서 철도공사는 자신의 자회사(SR)와 경쟁하는 기이한 모습이 됐다. 문제는 철도공사는 고속철도와 같은 흑자 노선을 통해 지방선과 광역선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허덕이지만 SR은 수익이 나는 알짜 노선만 운영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런 의도적 부실화는 인원 감축이나 임금 삭감, 선로 유지관리나 안전처럼 바로 눈에 띄지 않는 영역에 대한 비용 절감 압박으로 철도공사에 돌아온다. 경쟁은 효율적인가? 적어도 철도의 상황을 보면 아니다. 정부는 철도공사에 재정건전성을 요구하지만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SR에는 각종 특혜를 안겨준다.

이렇게 은밀히 진행되는 공공성 파괴에 첫 번째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철도노동자다. 철도노조는 SRT 특혜운영과 경쟁체제, 관제권 이관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민영화와 공공성 파괴는 그 결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혹은 복잡해진 정책 기술(이는 의도를 숨기기 좋다) 때문에 주목하기 쉽지 않다. 이를 가까이에서 감시하고 사회문제로 만드는 철도노동자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이들의 승리가 노동자의 노동권, 시민의 생명, 사회의 공공성을 지킬 것이다. 우리도 철도노동자를 지키자. 철도노동자의 투쟁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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