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법

2024.05.03 06:00 입력 2024.05.03 06:04 수정

[최병천의 21세기 진보]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법

5월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이 된다.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총선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의힘 108석, 거대야당 192석이다. 집권여당이 108석이 된 경우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최악의 참패다.

내용도 매우 고약하다. 국민의힘은 ‘양남당’(영남+강남)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는 총 90명이다. 이 중에서 양남의 당선자 숫자는 66명이다. 비율로는 73.3%다. 국민의힘 지지기반은 영남과 강남으로 축소됐다.

윤 대통령의 신뢰도가 확 낮아진 분기점은 작년 8월15일 경축사다.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의 투쟁”을 선포했다. 곧이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추진했다. 홍범도 장군은 1943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미국, 소련, 영국, 중국이 파시즘 세력과 맞서 서로 동맹국이던 시절이었다. 철 지난 이념투쟁이기도 하지만 뜬금없고 황당한 선언이었다. 대통령이 현실과 괴리된 인식을 하고, 엉뚱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천공’의 존재감이 더욱 주목받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윤 대통령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작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18%포인트 격차로 패배했다. 보선 직후 상식적인 대응이었다면 ‘홍범도 흉상 이전 중단’을 선언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유권자들은 ‘아~ 대통령이 우리가 화를 내면 말귀를 알아듣고, 수용할 줄도 아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총선 참패 다음날인 4월11일에 이관섭 비서실장이 대독(代讀) 사과를 했다. 4월16일 오전에는 국무회의 발언을 생중계했지만 대통령 사과는 없었다. 오후에 ‘대통령실 관계자’ 입장으로 대통령이 비공식 사과를 했다고 발표했다. 대독 사과와 비공식 사과라니. 과연 ‘총선 참패’를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러운 반응이었다.

특검 수용과 여당의 역동성 필요

4월29일 영수회담이 있었다. 만났다는 것 이외에 별 성과는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 이대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 윤 대통령 입장은 다르다. 한국갤럽 기준, 20%대 초반까지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국정운영 동력이 사라진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참패의 원인’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특검 이슈에 대한 대응이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이다. 두 가지 모두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이슈다. 대통령이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채 상병 사건의 경우 대통령실의 이시은 공직기강비서관,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국방부와 경찰청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5월2일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고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김 여사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의혹이 포함된다. 총선 시기 조국혁신당 돌풍은 ‘김건희 여사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국 대표는 수사, 기소, 재판을 통해 2년형을 받았는데, 김 여사는 왜 조사도 받지 않냐는 ‘역(逆)내로남불’ 프레임이 작동했다.

한국인은 가족 비리 의혹에 특히 민감하다.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아들 및 형님의 검찰 수사를 감수했다. 김 여사는 넉 달째 비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 배우자가 4개월 이상 ‘비공개 잠행’을 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제2부속실 신설과 함께 선제적 특검 수용을 밝힐 필요가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은 김 여사 특검에도 적용된다.

둘째, 당의 역동성을 복원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당대회 룰이다. 원래는 대표 선출에 당심 70%, 여론 30%씩 반영했다. 그런데 2022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심 100%로 바꿨다. 이준석을 쫓아낸 이후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저지를 위해서였다. 정당 지지율은 ‘유권자연합’의 형태를 갖는다. 다양한 리더와 다양한 세력이 각축할 때 지지율이 상승한다. 최소한 50 대 50으로 바꿔야 한다. 한동훈, 나경원, 안철수, 원희룡, 유승민이 모두 출마하고 논쟁해야 한다. ‘논쟁의 역동성’과 ‘지지율의 역동성’은 사실상 같은 개념이다.

역대 정부 ‘개혁정책’으로 돌파

셋째,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를 복원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보수정부에 국한하면 김영삼의 하나회 해체,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5·18특별법이 그랬고,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론과 동반성장론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한국 정치사에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본격 제기하고, 서민금융을 본격 추진한 정부는 이명박 정부였다. 일감 몰아주기는 ‘정부 입법’이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노인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다. 2014년에 시행됐고, 이때를 정점으로 노인 빈곤율은 하향 추세로 바뀌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가 불투명하다. 연금, 교육, 노동의 ‘3대 개혁’을 내걸었지만, 대통령의 어젠다라고 표현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심지어 정부 발의 입법도 없다. 관료들의 어젠다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언론은 소통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책 콘텐츠가 없다면 소통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콘텐츠 없는 소통은 ‘대화거리 없는’ 대화와 같다. 역대 보수정부는 ‘개혁적인’ 정책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일감 몰아주기,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기초연금은 모두 보수정부가 했던 정책들이다.

한국의 주식 투자자는 약 1400만명이다. 요즘 증권가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는 ‘기업 밸류업’이다. 일본과 홍콩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가가 뛰었다. 윤 대통령이 배우자와 술을 사랑하는 것만큼, ‘기업 밸류업 정책’을 사랑하고 뚝심 있게 추진해볼 것을 권한다.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모두 굵직한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가 있었다. 윤 대통령 임기 5년이 모두 지났을 때, ‘기업 밸류업 정책 하나만큼은 정말 열심히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어떨까. 분명 지지율도 확 오르게 될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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