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시민대표단 선택을 누가 실현할 것인가

2024.05.06 20:11 입력 2024.05.06 20:15 수정

2024년 연금개혁 논의의 특별한 점은 연금개혁 방향을 시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시민대표단 다수는 국민연금 보장수준과 보험료율을 함께 올리는 소득보장 강화론을 선택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는 안이다. 또한 다수는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당분간 넓게 유지하는 것을 지지했다.

500명 시민대표단의 선택은 단순한 참고용이 아니다. 국회는 애초에 연금개혁안 결정을 목적으로 복잡한 공론화 절차를 실시했고 이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또한 시민대표단의 선택은 단순한 설문조사처럼 해석되어선 안 된다. 시민대표단은 연금개혁에 관해 장시간 공부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했다. 이는 일하고 공부하고 돌보는 바쁜 일상을 사는 보통 시민이 우리 공동체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위임받았다는 사명감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시민대표단의 선택을 단순히 각자의 선호나 이익에 따른 것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은 시민대표단의 의사결정이 갖는 그 무거운 의미를 외면한 채, 핵심도 잘 모르고 최저보장에 대한 기준도 없이 스웨덴식 연금제도를 도입하자는 등 엉뚱한 이야기를 해서 논의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시민대표단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선택한 것은 미래 노후빈곤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노인빈곤률이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지금도 낮은 국민연금 수준이 앞으로 20~30년 동안 더 떨어지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노인빈곤을 적극 예방할 수 있어야 보통의 시민이 노후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욱이 고용불안과 조기퇴직이 만연한 가운데 젊은 세대라 해서 노후빈곤 위험이 이전 세대보다 덜하지 않다.

국민연금을 강화하지 말고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보완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설득력이 없다. 10년 이상 기여해서 받는 국민연금 수준이 낮은 상황에선 기여하지 않고 받는 기초연금을 무작정 높이기 어렵다. 더욱이 기초연금 받는 노인을 줄이면서 기초연금만으로 탈빈곤 수준의 보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낮은 국민연금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또한 퇴직연금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연금으로 부족한 국민연금을 메우라는 말은 공염불과 같다. 더욱이 퇴직연금엔 국민연금에 있는 재분배 장치도, 종신보장 장치도 없다.

또한 이번 연금재정 논의의 핵심은 보험료와 함께 공적연금 재정에서 국가의 책임 몫을 점차 늘리는 것이 불가피함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은 1000조원이 넘는 대규모 연기금이 쌓여 있지만 약 30년 후에는 국민의 노동소득에만 부과하는 국민연금 보험료만 가지고 연금지출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연금재정에 상당한 수준의 국고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조세는 노동소득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자산소득, 법인소득 등에 부과되므로 재원 한계가 더 넓고, 노동과 자본 사이의 분배를 반영한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제대로 보장을 하지 못한다면 후세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덜 낸다고 해도 결국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각자의 부모 부양에, 그리고 사적연금상품을 사들이는 데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노후불안은 모든 세대의 문제이므로 노인빈곤사회에서 출산은 더 어렵다. 미래세대 보험료 폭탄이란 위협이 통하지 않는 이유이다.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시민대표단은 국민연금을 강화하여 앞으로 한국사회를 지금과는 다른 복지국가로 만들 것을 선택했다. 공적연금으로 적정수준을 보장하여 노후불안을 해소해 나갈 때 우리는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대표단이 열어낸 기회의 틈을 누가 열어젖혀 역사를 진전시킬 것인가? 5월 국회는 마지막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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