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학이 국가의 미래다

2020.08.21 03:00 입력 2020.08.21 03:02 수정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의 독립건물에 대한 꿈이 수년째 좌초하고 있다. 2005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 연구소로 설립되어 2012년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설 연구소로 이관된 수리연은 현재 임차료로 연 10억원을 내고 빌린 건물을 쓰고 있다. 대전시 소유의 IBS 본원부지 사용권자인 IBS는 수리연이 요구한 면적의 3분의 1 정도(3305㎡, 1000평)만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학을 홀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인가?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수학은 국가의 미래다.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이 커지면서 수학의 위상은 기초학문으로서의 중요성을 뛰어넘어 재정립되고 있다. 과학기술, 의료, 국방, 재난방지 및 비즈니스 등 전 분야에 걸친 핵심 학문으로서 수학 실력이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컴퓨터를 이용한 3차원 자동설계기술은 물론 수백만가지의 후보물질에서 단 한 개의 신약을 만들고, 정확한 궤도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며,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가상현실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모두 불가능하다. 많은 국가가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스팀(STEAM)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STEAM 교육은 과학, 기술, 공학, 인문예술, 그리고 수학의 영어 첫 글자를 합쳐 만든 용어로 과학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융합적 사고력과 실생활 문제 해결력을 기르기 위해 창안한 교육방식이다.

정부의 2021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보면 수리과학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정부는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전년 대비 117.2% 증가한 3776억원을 백신·치료제 개발 및 감염병 예측·역학모델 개발에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그런데 역학모델 개발은 수리과학모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판 뉴딜 예산, 2조4600억원 중 DNA 생태계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여기에 로보틱스가 첨가되면 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단어임을 알 수 있고, 이러한 4차 산업의 핵심 원천 기술이 바로 산업수학이다. 산업수학이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신제품개발 혹은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학을 말한다.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의미 있고 경제성 있는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하고, 여기에 확률, 통계, 행렬, 벡터 등 수많은 수학적 도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의 내년도 3대 중점산업에는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와 더불어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미래차 개발이 있다. 완전자율주행을 조기상용화하려면 사물인터넷(IoT)이 주축이 된 네트워크의 보급이 필수적이며 여기에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학을 이용한 암호설계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승리한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딥러닝, 머신러닝)은 확률과 통계, 선형대수 및 고차원 벡터 등 수학적 지식이 대량 요구되는 분야이다. 이 밖에도 수학은 제조업은 물론 금융과 결합한 핀테크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전 산업 분야에 걸쳐있어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끝이 없다.

현재 수리연은 KT대덕2연구센터에서 1652㎡(500평)를 임차해 연구원 80여명이 산업 및 의료와 연계된 수학을 연구하고 있다. 의료수학은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예를 들면 정확한 생체정보 획득과 치료 성공률 상향을 위한 진단용 의료영상, 수학적 모델링,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합적으로 이용한 연구를 수행한다. 산업수학과 의료수학은 향후 국가의 미래를 밝혀줄 미래기술의 원천이다. 노벨상을 향해 항해하는 기초과학연구원과는 아예 목적지가 다르다. 이참에 수리연을 IBS에서 떼어내 연구원으로 격상시켜 국가 미래를 밝혀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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