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배타적 관계…균형 추는 이미 기울어

2022.12.21 03:00 입력 2022.12.21 03:03 수정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지난 필자의 인터뷰에 대한 정범진 교수의 반론기고는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주장들이 너무 많아 가장 중요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왜 배타적인지, 왜 이것이 원전에 치명적인지 집중해 재반론하고자 한다. 이는 앞으로 세계 탄소중립 추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미 지난 대선을 통해 알려진 ‘RE100’과 함께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할 상식이기 때문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세계 각국의 전력망은 경제성을 유지하기 위해 변동비 즉 연료비가 싼 순서대로 발전기들을 차출한다. 이를 경제급전이라 한다. 과거 원전은 연료비가 저렴해 우선 급전되었고, 출력변동이 잦을 경우 안전 관련 절차가 복잡해 비용도 늘어나니 전력수요가 변화해도 연중 대부분 최대출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급증하며 과거 원전이 누려왔던 호사도 접게 되었다.

우선 태양광, 풍력은 연료비가 들어가지 않아, 핵연료를 연소하는 원전보다 급전 우선순위에 있다. 둘째로 재생에너지나 원전이나 전력망 수요공급 변동에 따라 실시간 자동 출력변동이 불가능해 이른바 “유연성 자원”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 전력당국은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하기 위해 양수발전이나 ‘부하관리’ 전기요금제를 활용해왔다. 양수발전은 수요가 낮은 시간 원전의 과잉전력으로 저수지 물을 양수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 발전을 해왔다. 부하관리 요금은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저렴하게,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높게 책정한 요금제다. 국내에서는 주로 제강업체들이 수요가 낮은 심야에 공장가동을 집중해 원전의 과잉발전량을 해소하는 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태양광, 풍력이 그 유연성 자원을 원전으로부터 빼앗고 있는 추세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에서 양수발전은 태양광이 급증하는 낮에 잉여전력으로 양수했다가 저녁으로 옮겨진 ‘피크’시간에 발전을 하고 있다.

풍력발전도 급증해 미국에서는 지난해 연중 5.8% 즉 365일 중 21일치의 시간에 이른바 ‘네거티브’ 가격이 형성되었다. 즉 전력망이 공급과잉 상황에 이르게 되면 가동 중인 모든 발전기들은 전력망 운영기관에 균형유지 비용을 지불하며 발전해야 하며, 같은 시간 수요 측에서는 미리 약정된 소비자들이 이를 통해 보상받으며 전기를 더 쓰게 된다. 미국과 유럽 전력시장에 보편화된 이 시장규칙은 재생에너지 증가에 적응해 수요·공급 양측이 유연성을 강화하도록 각각 당근과 채찍 역할을 한다.

실시간 출력제어가 안 되는 원전은 비용을 내며 운전하다보니 수익이 떨어져, 미국에서는 지난 7년 동안 원전 7기나 자연스럽게 조기 폐쇄되었다. 방사능오염수가 줄줄 새는 노후원전 월성1호기를 폐쇄했다고 검찰과 감사원까지 나서 온 나라를 뒤집어놓은 국내 사례와 비교해보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물론 풍력도 비용을 내야 하지만 연료비가 없고, 연방정부의 세액공제도 받기 때문에 운영에 문제가 없다.

셋째 문제는 원전의 불시정지다. 국내에서는 매년 다양한 이유로 10건 내외의 원전 불시정지가 발생한다. 그런데 직류발전인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마치 반딧불 무리처럼 동기화되어 전력망의 균형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가스, 양수, 석탄 등 교류발전기들이 줄어들고, 그 상황에서 대형 원전이 불시정지하게 되면 수요공급 간 불균형으로 정전 위험이 발생한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전력망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점차 원전의 출력감발을 늘리고 작고 유연한 발전원을 늘리고 있다. 202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40%에 도달한 영국의 전력당국은 대형 원전을 무려 5개월간 출력을 50% 줄여 운전하도록 조치했고, 우리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5%를 넘어서면서 연휴마다 대형원전 신고리 3·4호기의 출력을 20% 줄여 운전해왔다. 현 정부가 아무리 재생에너지를 줄이려 해도 그 증가세 자체를 막을 수 없기에 가동 및 건설 중인 대형 원전들은 앞으로 천문학적인 좌초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발전량에서 태양광, 풍력이 원전을 추월했고, 지난해 세계 발전설비 준공실적에서도 태양광, 풍력이 76%를 차지한 반면 원전은 불과 1%도 안 되었다. 이미 균형의 추가 기울었고, 외부환경의 변화에 빠른 적응으로 눈부신 성장을 해온 한국이 가야 할 길은 이미 정해진 셈이다.

*이 기고는 경향신문 12월14일자 25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기고 “재생에너지 늘어도 원전건설은 계속돼야”에 대한 재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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