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죽어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을 퇴치하기 위해 항공기를 이용해 숲에 광범위하게 농약을 뿌린 탓에 온갖 곤충이 죽어가고, 급기야 꿀벌집단 실종사태를 야기하고, 인체에도 악영향을 줄 거란 뉴스가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그 농약은 유럽 국가와 미국 일부 주에서는 꿀벌에 대한 위해성이 높아 금지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티아클로프리드 약제로, 인체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살충제다. 최근 공영방송에서도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산림청은 1월26일 다급하게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를 중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티아클로프리드의 독성이 사람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고 꿀벌에게 안전하고 기피성도 없어 농촌진흥청 등록기준을 충족한 농약인데, 사회적·환경적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며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산림청은 해당 농약의 위해성을 정말 모르고 있을까. 윤미향 의원(국회 농해수위)이 입수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보고서는 티아클로프리드가 꿀벌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꿀벌 피부에 살충제가 닿기만 해도 치명적이며, 약품에 노출된 벌들은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져 벌통으로 돌아오는 비율이 8%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항공방제 후 채취한 꿀 시료의 잔류농약이 허용기준의 최대 40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산림청이 항공방제를 중지하겠다는 판단은 이것 때문 아닌가. 산림청은 농약 위해성을 확인하고서도 모른 척하며 그동안 독한 살충제를 숲에 뿌려 온 책임을 져야 한다.
산림청은 항공방제 규모가 2014년 연간 2만2000㏊였으나 작년에는 1000㏊에 제한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5년간 살포한 면적은 서울시 면적(605㎢)의 3분의 2가량에 해당한다. 이는 축구장의 5만1820배, 여의도의 13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최근 몇 년간만 보더라도 작지 않은 규모이다.과거에는 정말 엄청나게 뿌렸다는 거다. 특히 살충제의 생태계 유해성 여부는 사용량과 반복 횟수가 중요한데 산림청은 그동안 너무 많은 양을 반복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가 꿀벌 떼죽음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에 산림청과 농진청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농약은 주로 5~8월에 살포되어 급성독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나, 꿀벌집단이 실종되는 시기는 가을 이후라서 직접적 연관성이 없고 국내에서 해당 농약에 의한 만성독성 피해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농약의 잔류효과를 고려하면 피해 영향 가능성이 충분하며 해가 없다고 전혀 확신할 수 없다. 해외에서는 살충제가 꿀벌집단 실종의 주요 원인으로 규명되어 제도적으로 규제되고 있는데, 유독 우리 정부는 살충제를 원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꿀벌응애만을 탓하면 정부가 책임질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항공방제로 산에 뿌린 살충제의 잔류농약은 인체에도 해로울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에서 이에 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
산림청은 드론방제와 지상살포를 활용하고, 소나무에 직접 주입하는 나무주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농약 사용을 일절 중지하는 게 핵심인데, 살포 방식이 헬기만 아니면 된다는 격이다. 드론방제는 항공방제가 아닌가. 지상에서 살포하는 같은 농약은 해가 없는가. 다른 농약으로 대체하면 괜찮은가. 나무주사에 사용되는 약제인 아바멕틴은 꿀벌독성이 높고 생태독성 1급 물질이며 사람에게 생식독성을 일으킨다. 나무주사를 놓은 소나무의 솔잎 채취가 2년간 금지되는데, 곤충을 죽이는 잔류농약이 사람에게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솔잎에 남은 농약이 송홧가루에 없을 리 만무하다. 송홧가루가 흩날리는 봄철에 국민의 건강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산림청이 2월 초에 항공방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는데, 이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