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천만한 경찰의 과잉진압

2008.06.03 03:42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거리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필요 이상의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과잉 진압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30대 중반의 남성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반(半) 실명을 하는가 하면, 한 여대생은 머리채를 잡혀 바닥에 쓰러져 군홧발에 차이고, 다른 젊은이는 고막이 파열되는 부상을 했다고 한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시위 분위기는 더욱 격화되고 있어 자칫 유혈충돌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경찰은 아마 ‘청와대로 가자’는 시위대의 외침에 화들짝 놀란 것 같다. 큰 탈 없이 진행되던 촛불집회에 강경 진압의 칼을 꺼내든 게 이 구호가 나온 뒤부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위대가 청와대로 향한다고 해서 무조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구시대적이다. 종전의 시위대는 경찰 저지에 맞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보도블록을 깨 던지는 등 폭력적 양상을 띠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쇠고기 반대 시위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 비무장 비폭력이며 평화적이다. 시위대엔 어린 아이도 있고, 임신한 여성도 끼어있다. 이런 시위대가 도로로 나섰다고 해서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내려찍어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테러나 인질극 등 강력범죄자를 잡을 때 투입하는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공권력의 행사 범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분별 없는 행동이다.

경찰이 청와대의 보위(保衛)만을 염려해 어떤 시위대든 물리적으로 틀어막겠다고 나선다면 국가적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5월 광주나 6월항쟁을 상기해보라.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강경진압만 부르짖다가 충돌의 악순환을 부르고, 그 와중에 고귀한 목숨이 희생되면서 파국의 도화선이 된 사례는 역사적으로 숱하게 많다. 20여년 전 이 땅에서 발생한 이한열·강경대 사건을 기억한다면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아야 한다. 물은 한번 엎질러지면 아무리 후회해도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을 경찰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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