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종편 대리인이란 비아냥 안 들리나

2011.12.23 21:11

이달 초 방송을 시작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은 태생적으로 특혜의 산물이었다. 그 특혜를 열거하면 이렇다. 우선 상업방송이면서 지상파인 KBS1, EBS처럼 모든 유료방송의 의무전송 대상이다. 이는 MBC, SBS도 누리지 못하는 특권이다. 종편은 또 지상파에 인접한 황금채널을 배정받았고, 지상파보다 훨씬 자율적인 편성권을 누리고 있다. 광고금지품목 완화란 특혜도 있다.

이 정도 특혜를 누린다면 방송의 공공성에 비추어 중요한 것 한 가지쯤은 정교한 규율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종편 광고를 지상파처럼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에 위탁하는 제도이다. 미디어렙 체제는 방송광고시장의 공정규칙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이 미디어렙법 입법을 게을리하는 사이 종편이 시작됐고 종편은 지금 직접 광고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청률이 1%도 채 안되는 종편이 광고료는 지상파의 70%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불공정 사례로서, 우려해 왔던 약탈적 광고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미디어 광고시장 교란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미디어 생태계는 날로 혼탁해지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렙법 입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놀랄 정도로 미온적이다. 엊그제 한나라당은 종편의 판매대행사 위탁 2년 유예 등을 골자로 한 최종협상안을 여야 6인 소위에 제출했다. 이것은 한나라당이 종편을 미디어렙 체제 속에서 규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많은 특혜를 준 것도 모자라 2년 유예라니, 봐주는 김에 끝까지 봐주자는 논리인가. 6인 소위 한나라당 대표인 이명규 원내 수석부대표는 ‘종편에 하나하나 물어봐야 하는 처지’라며 스스로 종편 대리인임을 자인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도 한나라당이 미디어렙법 입법을 지연시키기 위해 온갖 꼼수를 쓰고 있다고 본다. 종편 구상부터 지금까지 이 정권은 해괴한 논리로 일관했다. 종편을 감싸기 위해 필요할 때는 시장경쟁의 원리마저 내팽개치고 있다. 이 정권과 종편 사이에 작동하는 것은 충성과 시혜를 주고받는 식의 조폭논리인가. 시민들의 인내심을 시험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엊그제 교수, 법조인, 문화계 인사 등 600여명이 종편의 선정적, 편향적 방송을 비판하며 출연거부, 불시청 등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분노의 시작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29, 30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미디어렙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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