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남측 이념전 개입 시도 즉각 중단하라

2012.06.12 21:06

북한이 “필요하다면 남측의 전직, 현직 당국자들과 국회의원들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 발언들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엊그제 공개 질문장에서 “현 청와대와 행정부, 새누리당 안에도 우리와 내적으로 연계를 가진 인물들이 수두룩한데 종북을 떠들 체면이 있는가”라며 한 말이다. ‘종북세력 척결 광란으로 차례질 것은 조소와 수치밖에 없다’는 제목처럼 남측 종북논란에 대한 북한식 경고로 읽힌다. 거론된 주요 인사들이 여권의 대선주자들이라는 점에서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북측의 국내 정치 개입 시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북측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흔들릴 만큼 민주역량이 미천하지 않다. 종북논란, 색깔론이 여권 내부에서 움트는 역풍 조짐으로 사그라지기 시작한 게 하나의 방증이다. 그간 각종 선거에서 색깔론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와 있는 터이다. 그러한 자정 능력이 남과 북을 가르는 중요한 경계이자 차이점이다. 설사 남측 인사들의 발언이 지나친 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경구처럼 말이란 때와 장소, 분위기에 따라 얼마든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북측이 거두절미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대선판을 흔들어보겠다는 발상은 차라리 유치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북측의 선거 개입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총선, 대선 때면 ‘북풍’이니 ‘총풍’이니 하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군사정권 시절이라면 모를까 대개 북이 의도하는 것과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 햇볕정책의 씨앗을 뿌린 국민의 정부 시절만 해도 2000년 4월 총선을 3일 앞두고 나온 남북정상회담 추진 소식은 여권·북측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보수층을 결집시킴으로써 승부를 뒤바꿔 놓은 곳이 적지 않았다. 제 아무리 좋은 뉴스거리라 해도 정치적 의도를 띠면 역풍을 맞는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북측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개입 시도를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 북측 의도가 드러난 이상 그 카드는 또 다른 분란만 야기할 뿐이다. 북측은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의 남북접촉 사실을 다음날 공개해 빈축을 산 전력이 있다. 남북관계는 3대째 세습인 북과 달리 5년마다 교체되는 남측 정권의 사정에 따라 기복이 있을 수 있다. 남북관계에 인내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한 노력 없이 남북 간에 튼실한 신뢰를 쌓기란 불가능하다. 굳건한 남북관계는 남측에만 유리한 게 아니라 북측에도 이익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