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에 반대한다

2015.08.25 21:22 입력 2015.08.25 21:31 수정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을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한자 교육 강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그제 ‘초등학교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이를 구체화하는 절차를 밟았다. 김경자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장은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을 적정 한자 수와 표기 방식 등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는 한글단체와 한자단체를 중심으로 찬반 대립이 극심한 사안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우리말의 다수가 한자어로 이루어진 만큼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살찌우기 위해서는 한자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학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증가시킬 뿐 교육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는 현실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한글 전용 이후 문·독해력 저하나 빈어증(貧語症) 심화 등에 대한 우려는 검증된 바 없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등 교육과정에서 한자 교육을 강화하면 될 일이지 가뜩이나 과도한 학습량에 시달리는 초등학생에게까지 그 부담을 지울 이유가 없다. 교육당국은 한자 시험을 보지 않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한다지만 그렇다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지 않으리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1970년 초등 교과서에서 한자를 폐기한 지 45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이 정착돼온 정책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한글 전용이 법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조화로운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법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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