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실 드러난 글로벌기업 현대차

2019.08.22 20:56 입력 2019.08.22 20:59 수정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홍성욱 판사는 22일 유성기업 노조 파괴에 관여한 혐의(노조법 위반)로 현대자동차 최모 실장 등 4명에게 각각 징역 6월~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대차는 한 해 매출이 100조원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달하는 글로벌기업이다. 그런 기업의 직원들이 하청 기업의 노조 활동에 개입했다가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유성기업 사태는 2011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주간 2교대제를 요구하며 파업하자, 회사 측이 직장 폐쇄·용역 깡패 테러로 맞선 사건이다. 회사 측은 기존 노조 파괴를 위해 전문 컨설팅업체인 창조컨설팅의 조언을 받아 제2노조(어용노조)까지 만들어 온갖 공작을 벌였다. 이 사태로 노동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34명이 직장을 잃었다. 노동자 수백명이 용역 깡패들에게 무차별적 폭행을 당했으며, 조합원들은 사측의 고소·고발로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현대차는 당시 유성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태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리되도록 도왔어야 한다. 그런데 현대차는 어용노조의 조합원 확대목표치를 제시하면서 기존 노조의 활동을 방해했다. 유성기업으로부터 노조 운영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회의까지 열었다고 한다. 이런 일을 국내 최고 재벌그룹인 현대차가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용자의 노조 탄압에 대한 수사 관행은 달라져야 한다. 검찰은 현대차의 부당행위를 2012년 말 창조컨설팅·유성기업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e메일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실 확인이 안되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이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로 2016년 3월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빚어졌다. 현대차 직원들이 법원의 단죄를 받게 된 것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재정신청과 새로 확보한 증거들을 모아 다시 고소했기 때문이다. 수사만 제대로 했더라도 최소한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정의구현의 보루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노조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이다. 이조차 보장하지 못한다면 ‘노동 존중사회’는 불가능하고 노동권·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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