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16세 툰베리의 ‘기후대응’ 호소

2019.09.25 20:44 입력 2019.09.25 22:08 수정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분노의 연설로 기성세대를 질타했다. 세계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 산업계 및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연단에 오른 툰베리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당장 기후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툰베리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는 장기적으로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낮출 확률을 50%로 설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나머지 50%의 위험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세대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당신들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우리 세대는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6세 툰베리는 북받치는 감정을 때론 감추지 않은 채 절박한 어조로 4분간의 연설을 이어갔다. “당신들이 정말로 이해하고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악마나 다름없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2015~2019 전 지구 기후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 추세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성년이 된 시기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툰베리의 말대로 인류는 이미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는지 모른다. 자연은 매년 폭염과 홍수, 태풍과 한파의 형태로 ‘반격’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행동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긴급히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삶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한국의 기후변화 속도와 온실가스 증가 폭은 세계 평균보다 가파르다. 한국의 최근 5년 평균기온은 이전 5년보다 0.3도 상승해 지구 평균(0.2도 상승)을 앞질렀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도 전 지구 평균(2.3PPM)보다 높은 2.4PPM이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기후악당’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호주 출신의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온실가스의 과다배출을 속도제한이 있는 분주한 쇼핑거리에서 자동차를 전속력으로 모는 것에 비유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시늉에 그친다면 그 차에 우리 아이들이 치이고 만다. 툰베리는 “지금 당장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으라는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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