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우 집회서 밤새우고 ‘역사 퇴행’ 내달린 황교안 대표

2019.10.27 20:50 입력 2019.10.27 20:51 수정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26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극우·기독교단체의 광화문 밤샘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는 25일 오후 7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와 청와대 행진을 거쳐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철야기도회로 이어졌다. 황 대표는 새벽 5시30분까지 줄곧 현장을 지켰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연 3차 투쟁대회는 “조국 사퇴”를 외친 개천절·한글날 집회와 달리 “문재인 하야” “문재인 탄핵” 구호가 울려퍼졌다. 막말과 색깔론도 난무했다. 전광훈 투쟁본부 총괄대표(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는 “김정은 하수인 문재인을 청와대서 끌어내자”고 외쳤다. 연단에선 “멸문(문 대통령 멸망)을 하자” “박근혜 대통령님을 옥에서 빼내고 문재인을 넣자”는 선동이 반복됐고, 단하에선 “문재인 빨갱이” “내려와라” 소리가 이어졌다. 시민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황 대표는 발언 요청을 거절하다 집회 말미에 당직자를 통해 “여러분과 한마음으로 이미 함께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폭정에 항의한다”고 했지만, 제1야당 대표에게 대통령 하야를 외친 극우·종교 집회가 밤새 함께할 자리였는지 묻게 된다.

황 대표는 광화문집회 종료 5시간여 뒤인 오전 11시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한국당 대표의 참석은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후 4년 만이다. 현 정부를 ‘종북주사파’라고 공격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당신의 따님, 우리가 구하겠다”고 추도했다. ‘황교안 배신자’ 소리가 터지자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황 대표와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고 장내를 정리했다. 황 대표는 주말 밤 페이스북에 “박정희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화 리더십에 ‘박정희 정신’의 빛을 달았지만, 열흘 전 똑같이 40주년을 맞은 부마민주항쟁은 돌아보지 않은 반쪽 단상이었다.

광화문·현충원·페북으로 이어진 황 대표의 ‘1박2일 메시지’는 퇴행적이다. ‘조국 수호-검찰개혁-조국 사퇴-대통령 하야’로 나뉜 광장의 네 외침 중에서 조 장관 사퇴 후에도 가장 극우 포퓰리즘적인 ‘대통령 하야’ 구호에 몸을 실은 셈이다. 빨갱이 공격과 ‘박근혜 석방’ 구호로 끝나는 집회는 시민 상식과 멀고 시대착오적이다. 참석자가 현저히 줄어든 25일 집회가 웅변하는 것일 테다. 그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조국 사태 속 상승하던 한국당 지지율은 한 주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조국 퇴진 표창장’을 남발하며 국회 일엔 뒷짐지기 일쑤인 한국당을 향해 시민들의 눈은 냉정하고 매섭다. 지금 제1야당 대표가 정쟁·분열을 부추기는 장외집회만 순례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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