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7년 만에 바로잡은 대법원 판결

2020.09.03 20:27 입력 2020.09.03 20:28 수정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만세를 외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와 만세를 외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선고공판에서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해직자가 가입했다고 전교조를 법외노조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치 신청은 기각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받은 지 7년 만에 법내노조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늦게나마 사법부가 잘못된 처분을 바로잡아 다행이다.

쟁점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고 법외노조 처분하는 게 합당한지 여부다. 당시 노동부는 6만여 조합원 중 해직자 9명이 포함됐다며 전교조에 법외노조 처분을 통보했다. 처분 근거는 노조법 2조4항(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과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시정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노조법에 의한 노조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조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며 “시행령 9조2항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시행령 9조2항은 법률이 정하지도 않은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명시적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이어서 법률유보원칙(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인 시행령 9조2항 자체를 무효라고 판단, 노조법을 개정해 근거 조항을 만들지 않고는 어떤 노조에 대해서도 법외노조 처분을 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대법원의 이 판단은 ‘노조 할 권리는 국민 기본권’이라는 헌법상 원칙,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위해 행정권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리, 해직자 9명을 문제 삼아 6만여 조합원의 노동 3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상식에 부합한다. 보수정권이 사소한 문제를 꼬투리 잡아 전교조를 법외노조 처분한 것 자체가 ‘전교조 손보기’였다.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는 노조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7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전임으로 활동하다 교사 34명이 해고되었다. ‘양승태 대법원’은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을 놓고 박근혜 정권과 거래를 검토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해직 교사 복직 등 전교조를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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