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등판 일정 밝힌 윤석열, 비전·정책 제시해 검증받아야

2021.06.16 20:54 입력 2021.06.16 20:55 수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르면 이달 말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이동훈 대변인이 15일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이른바 ‘전언 정치’를 해온 것을 접고, 직접 정치에 나서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윤 전 총장은 국가운영에 대한 비전과 각 분야의 정책 및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개인 의혹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명하는 등 당당히 검증에 임해야 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이 늦어진 것은 이해한다.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았던 윤 전 총장으로선 준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정치 입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하는 것도 자유이다. 하지만 내년 3월 대선까지 9개월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너무 뜸을 들였다. 윤 전 총장은 사실상 정치행보를 하면서도 측근과 지인들을 통해 입장을 밝혀 간보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이 직면한 현실은 엄중하다. 미·중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에서부터 북한 핵 문제까지 한국의 외교안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급격히 변화하는 경제 여건과 노동·환경 등 허다한 문제에도 미래 비전을 갖고 효율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이 모든 분야를 선도해야 할 정치를 전환적으로 혁신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시민들은 윤 전 총장이 과연 이 나라가 직면한 상황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비전과 기량을 갖췄는지 여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윤 전 총장은 27년 동안 유능하고 강단 있는 검사로서 범죄를 척결해온 것이 경력의 전부이다. 문재인 정부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이미지로 지지를 끌어올렸지만, 그것이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 말고도 국정을 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문제의식은 적확하다.

윤 전 총장은 지금부터 자신이 대임을 맡을 재목인지를 검증받아야 한다. 검찰 내 비위에 관대했던 자신의 행보와 검찰개혁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장모와 부인 등에 쏟아지는 의혹도 소상하게 소명해야 한다. 국민의힘 입당 시기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혹여 중도층을 아우른다며 모호한 행보를 지속하는 것은 안 된다. 지지율 수위권을 달리는 대선 주자로서, 더구나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면서 검증에 소극적인 것은 자가당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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