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친일·친북 논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최근 실시한 미사일 발사가 전술핵무기 운용 훈련이었다고 했고, 일본은 이에 대응한다며 군사적 역할 확장을 꾀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말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대두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모색해도 부족할 판에 지지층을 결집할 말만 해대고 있으니 답답하다.
논쟁에 불을 댕긴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한·미·일 3국 해군이 동해에서 잇따라 연합군사훈련을 한 것을 두고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 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말했다. 10일에는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하고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한발 더 나갔다. 이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죽창가의 변주곡이자 반미투쟁으로 가는 전주곡”이라고 비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묻지마식 친북 행위”라고 논평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를 부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논리 비약에 극단적 표현을 쓰는 바람에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한·미·일 3국 합동 훈련은 과거사 등 한·일관계의 전반적 개선을 제쳐놓고 군사 협력만 강화하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이 훈련 때문에 일본군이 다시 한반도에 진주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다.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 안보 상황을 제대로 살피고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여당의 공세 역시 비논리적이기는 매한가지다. “북핵에 대응하는 훈련을 미·일과 하지 중·러와 하겠느냐”는 수준 낮은 반박을 내놓더니 친북 행위라고 색깔론을 들이댔다. 급기야 정 비대위원장은 11일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썼다. 일제의 침략 의도를 탓하기는커녕 잘못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논법이다. 논쟁의 수준을 확 떨어뜨린 잘못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11일 한·미·일 훈련에 대한 우려 제기에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라고 한 것도 아쉽다.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논리로, 강경책 이외 북핵 대응 전략이 없음을 자인했다. 북핵에 대응할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는 것인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은 7차 핵실험까지 할 것이고, 한·미·일은 높은 수위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다. 한반도는 전례없는 위기로 빠져들 것이다. 여야는 당장 당리당략적 정쟁을 멈추고 위기 타개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