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승하는 은행 연체율, 금융당국 선제적 대응 해야

2023.04.03 20:41 입력 2023.04.03 20:42 수정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월 신규 연체율이 평균 0.09%로 1월보다 0.01%포인트 높아졌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은행의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0.04~0.05% 수준이었다. 신용도 낮은 고객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찾는 저축은행은 연체율이 더 높다. 지난해 말 79개 저축은행의 총연체율은 3.4%로 1년 전(2.5%)보다 0.9%포인트 높아졌고, 올 들어서는 더욱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카드사는 물론이고, 할부금융·리스사의 연체율도 급등했다.

금융사의 연체율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 탓이 크다. 금리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하면 금융사 연체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이 심각하다. 금융기관에서 더 이상의 대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자영업자가 173만명에 이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자의 56.4%(173만명)는 대출받은 금융기관이나 상품 수가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였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한은은 이 가운데 70.6%(720조3000억원)를 다중채무자 몫으로 보고 있다.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추기엔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다. 전기·가스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 중이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결의로 유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벌어졌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한국 금리가 낮은 건 정상이 아니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으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쳤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언제든 인출할 수 있어 우량 은행에서도 한순간에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 미분양이 늘면서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당국은 현 경제 상황과 금융사 연체율 상승 등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대출 손실에 대비해 금융사들이 충당금을 넉넉히 쌓게 하고, 금융 약자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기업과 가계가 ‘흑자 도산’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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