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24년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며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탈당한 비이재명계 ‘원칙과 상식’ 모임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 탈당으로 4·10 총선을 90일 앞두고 제1야당 분열이 현실화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의 변으로 “민주당은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말했다. 그와 비명계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받은 고통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5선 국회의원·전남지사·국무총리·당대표를 지내며 ‘민주당 역사’로 자처해온 그의 탈당 명분으로는 부족하다. 비명계가 당 주류에 휘둘리는 소수파이긴 하지만 당내에서 해결을 모색하는 게 ‘큰 지도자’의 자세였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정치적 이익만 좇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음도 알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 지지층에 책임 있게 답하는 최선의 선택인지 묻게 된다.
이 전 대표는 “혐오·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며 신당 창당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출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12일 창당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준석·양향자·금태섭 신당과의 연대·통합 논의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제각각이고, 어떤 공통된 가치·비전을 지향할지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반윤석열·반이재명’ 기치와 정치공학만 보이는 이합집산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전 대표 탈당에 이 대표의 책임도 크다. 이 대표를 향한 ‘사당화’ 비판과 ‘당내 민주주의’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대표는 지금껏 뚜렷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 상황을 걱정하는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의 ‘혁신과 통합’ 당부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했고, 친명 인사 중심으로 당 장악력을 키워왔다. 이 대표는 분열로 귀착된 당 상황과 자신의 리더십을 냉엄하게 돌아봐야 한다.
이 대표에게 혁신·통합 리더십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우세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의 민주당 지지와 신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이 이 차이를 성찰하지 않고 총선을 낙관한다면 큰 착각이자 오만이다. 피습 사건 후 이르면 다음주 당무에 복귀할 이 대표는 더 늦기 전에 혁신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 당 분열이 더 커지지 않으려면 시스템 공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친명·비명 모두에 공정한 잣대를 세우고, 윤리심사를 강화해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