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대란 가시화, 정부·의협은 ‘교수협 중재’ 응하라

2024.02.26 19:23 입력 2024.02.26 20:01 수정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휴학계를 내기로 결정한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의과 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휴학계를 내기로 결정한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의과 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 전공의 중 1만34명(80.5%)이 사직서를 냈다. 현재 수련 종료를 앞둔 전공의 20%가 아직 병원에 남아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이들이 이번달로 계약이 끝난 뒤 병원을 떠나면 의료 현장 혼란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임의와 인턴들마저 집단행동 가세 움직임이 있어 의료 대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의·정 대치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자 의대 교수들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최악의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의·정이 대화의 출구를 열기를 당부한다.

정부는 이날 오는 29일을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한까지 근무지에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는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사들의 줄사직에 수사·면허정지 등 초강수로 맞서던 정부가 ‘29일까지 복귀’를 요구한 것은 전공의·전임의의 수련·근로계약이 갱신되는 이달 말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걸로 보인다.

강 대 강 대치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이 선배 의사로서 중재에 나서는 건 환영할 일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의사·간호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가장 먼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날 전공의들과 만났으나 강경 입장을 고수해 결말 없이 끝났다. 의·정은 길어지는 의료 공백에 속이 타들어가는 환자들의 고통과 절망에 함께 답해야 한다.

열악한 의료 환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전공의들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자체의 철회를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 주 80시간의 초과잉근로를 바꾸라면서 의사 증원을 반대하는 것도 모순적이다. 의사들이 정부에 요구해야 할 건 잘못된 현행 의료체계를 바로잡아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 폭과 속도가 쟁점일 뿐, 의대 증원은 국민 80% 안팎이 지지하는 ‘사회적 합의’ 사안이 됐다. 의사들의 백지화 요구가 직역이기주의로 역공받는 이유일 게다. 의사들은 우선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의료체계 문제를 지적하는 의사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정부도 엄포로만 대응할 때가 아니다. 의사들의 현장 복귀와 동시에 ‘심도 있는 의·정 협의체 운영’을 약속하고, 지금대로면 의사 수를 늘려도 필수·지역 의료 쪽으로는 안 간다는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실효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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