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홀대·차별 받는 법 밖의 노동자들이 많다

2024.04.30 17:45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비정규직 대표 100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4대 보험 전면적용,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 비정규직 노동 10대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비정규직 대표 100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4대 보험 전면적용,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 비정규직 노동 10대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1일은 제134주년 세계노동절이다. 노동절은 노동자의 권익·복지 향상과 인간다운 삶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노동권은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로 구현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노동법의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었고, 이 추세는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 플랫폼노동 같은 새로운 노동의 확산으로 ‘노동법 밖 노동자’가 양산된 탓이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태웠지만, 오늘의 노동자들은 태워버릴 노동법이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규율이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는 이 법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한다. 전국사업체조사 기준 2021년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노동자는 252만7846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3.4% 수준이다.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 규모는 850만명에 달하고, 이들의 40%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층으로 추정된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노동법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수 노동자가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4대 보험에 가입하고, 갑질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갖지 못한 게 현실이다. 육아휴직과 배우자 출산휴직은 언감생심이다. 이들에게 작금의 노동 현실은 산업사회 초창기의 ‘야만의 시대’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실태가 이렇다면 보완입법을 통해 구멍을 메워야 정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고령층·외국인 가사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배제 주장이 나온다. 화물기사 최저임금제 격인 안전운임제는 2022년 말 폐지했다. 노동법 구멍이 메워지긴커녕 커져가는 것이다.

서구는 다르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24일 ‘플랫폼노동의 노동조건 개선 지침’을 가결했다. 지침은 플랫폼노동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추정하고, 이들에게 유급휴가·실업수당·최저임금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 회원국은 지침 발효 2년 내에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 지난 2월 호주에선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화물기사·플랫폼종사자의 최저보수 보장 등을 담은 법안이 제정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구멍을 막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고 했다.

근대 국가들이 노동자 보호 법제를 만든 것은 공동체의 통합과 건강한 유지·발전을 위해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금처럼 노동자 절반 이상이 상시 해고와 산재 위험에 떨고 육아휴직을 꿈도 못 꾸는 사회에서 인구소멸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 때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문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전면 적용하되 형사처벌 규정 적용은 일정 기간 유예하자’ 하고, 국민의힘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적용하자’고 했다. 여야가 근로기준법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22대 국회는 ‘노동법 밖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논의에 지체 없이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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