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 탄핵 위법성 검토하겠다’는 검찰총장, 지금 수사라도 하겠단 건가

2024.07.05 15:11

이원석 검찰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5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4명 탄핵 추진을 두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입법권을 남용해서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권리를 방해하는 것이어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했다. 또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도 해당하고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가 많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를 벗어난 부분이 있다면 위법한 부분에 대해 법률적으로 검토를 해보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권을 무기 삼아 입법부를 겁박하는 걸로 비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 총장이 말한 직권남용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다. 당초 검찰수사권 축소법 입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빠졌으나, 윤석열 정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인 부패 범죄에 포함되는 걸로 시행령을 바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명예훼손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김만배씨의 대장동 사건과 엮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들을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데서 보듯, 법기술을 쓰면 검찰이 이번에도 직접 수사하지 말란 법이 없다. 결국 이 총장 말은 수사권을 무기로 검사 탄핵에 맞설 수 있다는 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수사권이 검찰의 자위권이라도 되나. 이러니 검찰권 사유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구실로 이재명 대표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의 탄핵을 추진하는 건 삼권분립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시도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용 시비를 피하기 힘들 뿐더러 예외적으로 써야 할 탄핵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 자체가 입법부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검사들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곧장 올리지 않고 일단 법사위 조사를 거치려는 것도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김건희 여사 수사 지휘부 교체 때는 쥐죽은 듯 조용하던 검사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비분강개하는 것도 매우 볼썽사납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김 여사를 수년째 불러 조사하지도 못하지만, 검찰 내부망을 통해서건 어디를 통해서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검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나. 검사들의 정의는 왜 항상 선택적인가. 더구나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춰 요직을 꿰찬 검사들, 비등한 검찰개혁 여론의 원인 제공자격인 검사들이 최소한의 성찰도 없이 야당의 핍박을 받는 피해자라도 되는 양 목소리를 높이는 걸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검찰은 이참에 검찰개혁까지 싸잡아 문제삼을 태세다. 이번 일이 검찰개혁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일 테다. 이 총장의 이날 발언도 그런 기류의 연장선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러나 검찰의 과도한 대응,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이 총장 발언은 오히려 검찰개혁 필요성만 거듭 확인시킬 뿐임을 알아야 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