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물 발전기

2003.10.21 18:25 입력

BC 600년전 어느 봄날,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한가롭게 앉아 헝겊으로 보석인 호박(琥珀)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호박을 문지를수록 주위에 종이, 실 등 가벼운 것들이 점점 많이 달라붙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탈레스는 이때 마찰에 의한 물건상호간 당김현상, 즉 오늘날의 ‘정전기 원리’를 알아낸 것이다. 호박을 뜻하는 희랍어 ‘엘렉트론’이 ‘전기(electricity)’란 말로 진화돼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의 전기발견은 인류문명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대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인류가 발명한 에너지 중 가장 깨끗하며 무공해한 것이 전기다. 1831년 영국의 패러데이는 탈레스의 정전기 원리를 응용, 발전기를 만들어 냈다. 당시만 해도 절대적 에너지였던 불은 ‘제2의 불’로 명명된 전기로 인해 퇴장해야만 했다. 패러데이는 코일속에 자석을 넣다 뺐다 함으로써 전류가 흐른다는 ‘전자기유도의 법칙’을 알아냈다. 오늘날 대부분 발전소는 이 법칙으로 전기를 생산해 낸다.

만약 전기가 끊어진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떨까. 모든 것이 대혼란속에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미국 동북부와 캐나다에 닥쳤던 대규모 정전은 ‘혼돈과 약탈’이라는 가공할 사태를 야기했다. 교통마비로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지하철·엘리베이터는 갇힌 사람들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음식을 내다버려야 했으며 약탈을 막기 위한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전기가 사회질서 그 자체며 전기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일로 증명된 것이다.

최근 캐나다 과학자들이 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물 발전기’를 발견했다고 한다. 미세관속을 흐르는 물에서 직접 전기를 뽑아내는 것으로 특별한 기계장치(발전기)가 필요없는 등 획기적인 것이라 한다. 상업발전을 위한 숱한 난제가 있지만 무공해·무기계 방식인 물 발전기는 분명 대단한 발견인 듯하다.

현재 세계는 원자력, 태양광, 조력 등 전기가 나온다면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 없다. 지구의 70%가 바다임을 생각할 때 물 발전소가 제대로 개발돼 인류의 ‘영원한 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용재 논설위원 sua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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