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김정은의 미키 마우스

2012.07.09 21:16
이승철 논설위원

만화영화의 상징인 ‘미키 마우스’는 1920년대 말 세계 경제대공황을 배경으로 태어났다. 월트 디즈니는 1928년 사업상 동료였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찰스 민츠로부터 “예산의 20%를 삭감하라”는 요구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던 디즈니사의 고용원들이 이미 대부분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는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20대 후반이었던 디즈니는 민츠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과의 의리를 지킨 만화가 어브 이웍스와 새로운 주인공 찾기에 나섰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미키 마우스다. 미키 마우스는 유성영화 <증기선 윌리호>를 통해 데뷔했다.

미키 마우스는 만화영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의 주인공으로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해리 트루먼 이래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미키 마우스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1960년대 초 린든 존슨뿐이었다. 그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미키 마우스를 보고 컸다고 할 정도다. 미키 마우스가 코카콜라나 맥도널드처럼 미국의 상징이자 자본주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미키 마우스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영웅적이기보다는 장난스럽고 모험적인 이미지가 대중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초기의 미키 마우스를 보자. 그는 여자 친구인 미니 마우스에게 끊임없이 구애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많은 사람이 감성적이고 상처받기 쉬운 미키 마우스의 성격을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디즈니사가 2009년 미키 마우스의 재탄생을 선언하고 초기의 성격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한 것은 같은 맥락에 있다.

북한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부정적 입장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개방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기조차 거부한다. 그런데 최근 모란봉악단 시범 공연에서 일부 출연자들이 미키 마우스, 곰돌이 푸 등 디즈니 만화 주인공의 복장을 입고 나타났다고 한다. 그것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관람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말 작고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이 창단했다. 북한은 현재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 평양의 미키 마우스 등장이 김정은 시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성급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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