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켄타우로스 변이

2022.07.15 21:08 입력 2022.07.15 21:09 수정

전파력이 가장 강한 코로나19 BA.2.75(켄타우로스) 변이 확진자가 국내에 발생한 가운데 15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전파력이 가장 강한 코로나19 BA.2.75(켄타우로스) 변이 확진자가 국내에 발생한 가운데 15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그리스 신화의 한 대목.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아내 데이아네리아와 여행하다 강을 만난다. 그때 네소스라는 이름의 켄타우로스가 나타나 강을 건너게 해준다고 한다. 켄타우로스는 인간과 구름 요정 사이에서 태어난,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인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물 종족이다. 네소스가 아내를 먼저 태우고 강을 건너가 겁탈하려 하자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을 쏜다. 네소스는 죽기 직전 데이아네리아에게 헤라클레스의 영원한 사랑을 얻으려면 자신의 피가 묻은 옷을 남편에게 입히라고 꾄다. 훗날 헤라클레스가 이올레라는 여인을 좋아하자 아내는 그 옷을 남편에게 입혔고, 헤라클레스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고 만다.

신화 속 존재인 켄타우로스가 현실의 위험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말 인도에서 발견돼 15개국 이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75’인데, 별칭이 ‘켄타우로스 변이’다. ‘스텔스 오미크론’ BA.2에서 갈라진 75번째 자손이라는 뜻이다. 최근 급속히 확산 중인 BA.5 변이보다 전파력이 3.24배나 되고 면역 회피력도 강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변이에 그리스 알파벳순으로 이름을 붙이고 있다. 현재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15번째 문자인 오미크론에 이르렀다. 하위 변이는 영문 알파벳 대문자에 숫자를 결합한 것 외에 공식 명칭을 붙이지 않는다. 별자리로도 친숙한 켄타우로스라는 이름은 하비에르 오스테일이라는 트위터 이용자가 붙였다. 그는 “은하계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고 밝혔는데, 순식간에 변이 바이러스의 주목도를 높였다는 평이 나온다. 스텔스나 켄타우로스처럼 일반 대중이 붙이는 비공식 명칭이 바이러스의 위력을 더 잘 부각하는 셈이다.

변이가 계속 새로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만 194개나 된다. 새 변이 이름이 더는 안 나오면 좋겠다. 오미크론 다음은 파이·로·시그마이고, 마지막 24번째 문자는 오메가인데 금세 바닥날까도 걱정된다. 엊그제 켄타우로스 변이 감염자가 국내에서도 처음 확인됐다. 해외에서 감염된 게 아니라니 이미 지역에 상당히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은 이것부터 막아야 할 판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