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환율 1400원

2024.04.16 18:06 입력 2024.04.16 21:45 수정 오창민 논설위원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도 환율 상승과 함께 시작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원·달러 환율이 폭등했다는 소식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연일 연고점을 높이던 원·달러 환율이 16일 한때 1400원 선까지 올라섰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데다 중동 지역에 전운이 드리운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해 주가가 급락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자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한국 주식을 내다팔았고, 그것이 다시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 폭을 키웠다. 당국은 환율 방어와 금융시장 안정에 사력을 다했다. 이례적으로 신중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오금화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공동으로 나서 시장에 구두 개입했다. 이날 하루는 그런대로 약발이 들었지만 앞으로도 시장이 반응할지는 의문이다.

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만 선물시장에서 1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환율 상승 쪽에 베팅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한국의 기준금리(연 3.5%)가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2%포인트 낮다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그렇잖아도 수입 물가가 최근 3개월째 상승세인데 최근 환율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앞으로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진다. 최선책은 기준금리를 올려 원화 가치를 높이는 것이지만 지난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를 동결했다.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10회 연속 같은 결정이다. 침체일로를 걷는 경기와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최악의 물가, 치솟는 국제유가, 막대한 재정적자, 일본에조차 뒤지는 경제성장률 등 한국 경제는 이미 사면초가에 놓였다. 1400원을 넘어선 환율이 이를 방증한다. 공교롭게도 총선 후 칩거하다시피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국민 앞에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 참패에도 경제 정책을 바꾸거나 쇄신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쯤 되면 경제 리스크에 윤 대통령을 추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16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고, 외횐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섰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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