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으로]“마음 비우는게 요가의 첫걸음”

2006.05.14 17:47

요가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요가가 살을 빼는 다이어트 방법으로 알려지면서다. 여기에는 원정혜, 옥주현, 최윤영 같은 스타가 한몫을 했다. 그러나 이런 요가 붐의 이면에는 어두운 구석도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요가강습과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이 급증하는가 하면 요가강습 중 허리나 목을 다쳐 병원 신세를 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이비’, ‘부적격’ 요가 지도자가 양산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지나친 상업화의 결과다. 30년 가까이 요가수행을 하면서 오래 전 이같은 일을 예견한 이승용씨를 만나봤다. 홍익요가연구원 설립자인 이씨는 현재 사단법인 홍익요가협회 중앙연수원장으로 수행과 후진 양성, 한국적 요가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는 사단법인 형태의 요가협회만 24곳이나 됩니다. 개인 차원에서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요가계는 한국요가협회가 30여년간 유일 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분파의 원인은 돈, 밥그릇 싸움 때문입니다. 요가붐이 부채질한 면도 있지요. 그 결과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은 지도자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돈벌이에만 급급해 자격증이 남발되고 있는 겁니다.”

-다이어트 붐타고 협회만 24곳-

현재 이런저런 요가단체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받은 사람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원장은 이들 중 ‘진정한’ 지도자는 10%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요가 동작을 흉내낼 수 있겠지만, 의식수준은 형편없다는 얘기다. 이원장은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인지 그의 요가 지도자론은 철저했다. 이원장은 지도자의 첫째 덕목으로 ‘진실성’과 ‘정성’을 꼽았다.

“요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요가 이론과 실기는 물론 지도자방법론을 배워야 합니다. 지도자로서의 성품, 자질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가 되기 전에 먼저 바른 사람이 돼야 하는 것이죠. 지도자는 단순히 동작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요가 철학과 수행체계를 바탕으로 운동과 호흡, 명상을 프로정신으로 갈고 닦아야 합니다. 관련 책도 100여권을 읽어야 합니다.”

홍익요가연구원의 지도자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지도자 과정을 거친다고 자격증을 주지 않는다. 일정 수준에 올라야 한다. 따라서 자격증을 쉽게 딸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왔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콧대가 높다는 얘기도 듣는다.

“지난 10여년간 1,000여명이 지도자 자격증에 욕심을 내고 찾아왔지만, 자격증을 딴 사람은 100여명뿐입니다. 그 중에는 다른 단체에서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 40~50명쯤 됩니다. 감히 말하건대 홍익요가연구원의 지도자는 ‘영혼’이 다릅니다. 순진하고 순수합니다.”

그렇다면 요가 입문자가 사이비 지도자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원장은 다음과 같은 지도자는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척추교정이나 마사지 등 특별 수련 과정을 권하거나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 기(氣) 등 보이지 않는 것을 과장되게 얘기하는 사람, 지나치게 인도식을 추종하거나 신비적으로 접근하는 사람, 단식을 권하면서 정수기 같은 물건을 파는 사람, 다이어트 속성법을 내세우는 사람….

이원장이 요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 군대에서 입은 치명적인 무릎부상을 요가 수행으로 치료하면서부터다.

“학창시절 빙상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하는 등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군에서도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로 뛰다 왼쪽 무릎 연골판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군병원에서 수술했으나 현대의학으로는 완치되지 않았습니다. 제대 후 아는 스님의 권유로 요가를 접한 뒤 100% 회복하면서 요가에 빠져들었습니다.”

-돈벌이 급급한 지도자 많아-

그러면서 이원장은 뜻있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모임을 갖고 당시 빈약한 요가이론, 요가철학을 깊이 연구하기 시작했다. 90년엔 홍익요가연구원을 세웠다. 요가를 학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과 요가 수련도장 간 교량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니 수련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자료가 없어 히말라야, 인도, 미국, 유럽 등 세계 30여개 나라의 요가연구소, 요가센터 등을 돌아봤다.

이원장은 ‘정통요가’를 지향하면서도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한국적 요가’를 강조한다. “우리 민족은 팔다리가 짧아 인도인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행공(行功) 개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요가 경전이 밝힌 철학과 원리를 따르면서 우리의 정서와 문화, 체질에 맞는 요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련자 개개인에 맞는 맞춤식 수련방법도 나와야 합니다. 인도식 요가를 ‘교조적’으로 따라하는 것이 정통요가가 아닙니다. 요가는 인류의 보편적 수련체계이자 훌륭한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봐야 합니다.”

그가 이런 생각에서 내놓은 책이 ‘한국인을 위한 음양요가’(95년), ‘한국인을 위한 오행요가’(97년)다.

이원장은 요가의 주제는 자유와 평화로운 삶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가의 정신은 사람과 사람의 진실한 만남을 추구하면서 경계나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했다. 개인 차원을 뛰어넘어 더불어 사는 삶, 나아가 신분이나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지 않는 수평사회를 지향한다는 얘기다.

“요가는 마음의 동요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이리저리 날뛰는 마음을 붙잡아 매는 것이죠. 그렇게 하기 위한 방편이 아사나(동작)와 호흡, 명상입니다. 따라서 요가는 현실적입니다. 현실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자유와 평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요가는 결코 신비스러움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이원장은 그러자면 요가 수행자에게도 조건이 있다고 했다. 욕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마음이 급한 나머지 정상적 절차를 기다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체질에 맞는 섭생을 하면서 올바른 요가 동작, 호흡, 명상을 하다보면 건강은 자연스레 오게 됩니다. 의식도 명료해집니다. 요가 수행을 하면 의식의 변화가 와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늘 자기점검을 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규칙적 생활·섭생 병행해야-

이원장은 1주일에 4일가량은 충북 충주시 동량면 봉골자락에 있는 중앙연수원에서 보낸다. 연수원은 98년 자신의 힘으로 마련한 불모지 같은 땅에 직접 땀을 흘리며 일군 것이다. 여기서 그는 요가 수련과 함께 무공해·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자연섭생법을 연구하고 있다. 외부 강의와 일선 지도자를 채찍질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요가 수련의 목표는 스스로 몸과 마음의 건강법을 배우고 익혀 ‘건강 독립군’이 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개의 감을 한줄로 꿰는 ‘곶감대’처럼 삶의 문제를 하나로 꿰뚫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그에게서는 세속적 욕심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요가 수행자로서의 굳건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홍익요가연구원’이란 이름이 말해주듯, 자신이 깨달은 좋은 건강법을 널리 알리려는 사명감도 강했다. 그는 특히 국내 요가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는 다르다.” 그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www.yogahi.com (02)333-2350~1

〈인터뷰/노응근 편집국 부국장 ha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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