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블랙홀’에 빠진 대선주자

2011.09.06 21:57

제도권 정치 불신으로 등식화… 박근혜·손학규 등 ‘난감’

여야 대선주자들이 ‘안철수 블랙홀’에 빨려들어갔다. 6일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의 ‘출마 검토’ 소식은 정치권, 특히 유력 주자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안철수 돌풍’이 기성 정치권 불신으로 등식화되면서, 제도권 정치를 주도했던 각 당의 유력 주자들이 난감한 처지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시험대에 선 꼴이다. 서울시장 선거 지원에 참여한다면 안철수 신드롬의 후폭풍을 헤쳐나가야 한다. 박 전 대표는 당의 복지문제가 정리된다면 유세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한 터다. 수도권 젊은층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안 원장이 “현 집권세력의 확장성에 반대한다” “응징해야 한다”고 한 만큼 박 전 대표는 선거 내내 ‘정권 심판론’과 맞설 수 있다. 만에 하나 선거에 패한다면 ‘선거의 여왕’ 위세가 전만 못하다는 반대편의 공세에 시달릴 게 뻔하다.

반대로, ‘복지 입장 정리가 안됐다’는 이유로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을 경우엔 보수층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50)이 주도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외면했다가 보수인사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원유세에 나서거나, 안 나서거나 딜레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새 인물의 돌풍에 정치권 전체가 흔들렸듯이 안 원장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급부상한다면 ‘대세론’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64)도 내상을 입었다. 손 대표는 내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55)를 야권통합 후보로 염두에 두고, 단일화 작업을 주도하려는 계획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철수 변수의 돌출에 대응하지 못했고, 안 원장과 박 상임이사의 단일화 과정도 뒤에서 기다렸을 뿐 명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돌출적으로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천정배 최고위원(57)과 천 최고위원을 지원하는 정동영 최고위원(58) 등이 투명한 후보 선정을 요구하면서 분란을 일으켰다. 국민들의 정치적 주목도가 컸던 시점에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당 지지도가 하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58)도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다. 문재인 신드롬이 안철수 신드롬에 덮이면서, 여론조사에서의 상승세가 꺾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리얼미터 정례조사에 다르면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2주 연속 소폭 하락했다. 문 이사장의 영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부산 동구청장 선거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파로 묻히는 것도 손해일 수 있다. 부산 출신 안 원장이 야권의 PK(부산·경남) 대표주자로 매김된 문 이사장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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