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치평론가’로 새출발, 박지원 “민주당, 가득 채워졌을 때 조심해야”

2020.05.20 06:00 입력 2020.05.20 06:15 수정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4·15 총선 평가와 낙선 뒤 ‘정치평론가’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박지원 민생당 의원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4·15 총선 평가와 낙선 뒤 ‘정치평론가’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4·15 총선에서 ‘정치9단’ 박지원 민생당 의원(78)은 정치 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에게 패했다. 하지만 ‘낙선거사’ 박 의원의 시계는 총선 전보다 더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정치 평론가로 새 출발하면서 국회 앞에 사무실도 냈다. 지난 14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의원은 분주해보였다. 고정 출연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그는 “더 많은 섭외에도 시간이 없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의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직 정치권을 향해, 국민을 향해 할 말이 있다”고 했다. 특히 1년10개월 뒤 있을 대통령 선거를 지목했다. “진보정권 재창출을 위해, 그리고 호남과 DJ(김대중) 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였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를 “여야 협력이 실종된 국회”라고 지적하면서도 21대 국회에 대해선 “20대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진보 진영 의석이 190석에 달해 야당의 ‘몽니’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만큼 ‘타협의 정치’가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 러브콜, 고정만 10여개
진보정권 재창출에 내 역할
DJ·호남 세력 대변하는 것

- 4·15 총선 총평을 한다면.

“깜짝 놀랐다. 정권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 선거였다. 민주당이 170여석까지 얻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호남에서만은 ‘민주당 싹쓸이’를 느끼긴 했다. 문재인을 향한 바람이 그렇게 세더라.”

- 야당 패배 원인은.

“시대정신을 역행했다. 5·18과 세월호, 박근혜 탄핵을 부인하지 않았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훨씬 나쁜 정치를 했다. 협력과 대안은 없고 발목만 잡았다. 총체적으로 시대정신을 망각한 것이다.”

- 낙선 뒤 계획은.

“방송사에서 고정 출연만 10여개 프로그램이 확정됐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10개 신문을 읽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뉴스 채널을 계속 본다. 자서전을 쓰자고 출판사나 언론사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 아쉬움은 없나.

“DJ가 ‘목포로 가라’고 하셔서 목포에 갔고, 12년 동안 치열하게 했다. 늘 지역구에 ‘금귀월래’(금요일에 가서 월요일에 온다)했고, 못 간 것은 2번 정도뿐이었다. TV·라디오에서 목포 시민 자존심을 살려주려 노력했고, 예산을 많이 챙겨서 ‘도둑’ 소릴 들었다. 선거운동도 후회가 없다. 오로지 내 부덕의 소치다.”

범여 190석, 야 몽니 안 통해
이럴 때일수록 협치 노력해야

- 정계은퇴는 안 밝혔는데.

“아직은 정치권을 향해, 국민을 향해 할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22개월 뒤 대통령 선거다. 진보정권 재창출에 내 할 몫이 있다. 김대중세력과 호남세력을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호남 대통령’을 강조해왔다. 다음 대선에서 나올까.

“총선 때는 호남 대통령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낙선거사인데(웃음)…. 지금 그런 얘기는 결코 진보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총선 때와 달리 요즘은 시야를 호남에서 전국으로 옮기려 한다. 그것이 대통령을 생각하는 호남 출신 후보를 돕는 길이다.”

- 문재인 정부에서 일할 생각이나 입각 제안은 없었나.

“총선 전후에 일부 그런 말이 있었는데, 아직 그런 건 없다. 도둑질도 너무 빠르지 않나(웃음).”

- 21대 국회에 대한 당부는.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가득 차 있다. 채워졌을 때 조심해야 한다. 너무 급진적인 노선보다는 국민과 함께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민심은 하루아침에 바뀐다.”

- 초선 당선인을 비롯해 21대 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초선들은 아무래도 좀 급진적일 수 있는데, 길게 보고 ‘튀지’ 말았으면 한다. 분야를 정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 21대 국회를 예상한다면.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이 광화문으로 가버려 국회를 못 열기도 했지만, 이제 그렇게 가버리면 (민주당 등) 190여석이 뭉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타협의 정치를 해야 한다. 과거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4당체제일 때도 타협의 정치로 법안을 가장 많이 통과시켰다. 그걸 지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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