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김무성 “다수당 횡포 땐 우리 꼴 된다···대선?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 못 돌려”

2020.05.25 06:00 입력 2020.05.25 11:46 수정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우기 전날인 지난 21일 경향신문과 만나 20대 국회를 떠나는 소회와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우기 전날인 지난 21일 경향신문과 만나 20대 국회를 떠나는 소회와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김무성 미래통합당 6선 의원(69)은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총선 참패로 위기에 처한 당 상황을 거론하며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의 참패 이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은 지난 21일 “정치권에서 한발짝 떨어져 정권을 창출하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혔다. ‘킹메이커’를 자임한 것이다.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우기 전날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20대 총선 당시 ‘진박 논란’으로 상징되는 공천 실패의 책임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무대(무성대장)’라는 별명처럼 여야 통틀어 협상을 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21대 국회 막판에도 꽉 막혔던 과거사법을 풀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는 과거사법의 본회의 통과 직후 김 의원에게 “형님”이라 부르며 큰절을 했다. 2013년 원내대표를 마치고 평의원 시절 철도노조 파업 당시에도 박근혜 정부와 여야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했다. 23년 의정 활동을 마무리하는 그는 후배 의원들에게 ‘회의하고 공부하고 협상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한때 대선 출마를 고려했던 김 의원은 ‘출마 의지를 정말 접었냐’는 질문에 잠시 말을 멈춘 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못 돌린다”고 답했다.

“어쩌다 당이 이렇게 됐는지
4번 참패 후 떠나려니 괴로워
여당, 다수 횡포 땐 우리 꼴”

- 여의도를 떠나는 소회는.

“마음이 좋지 않다. 어쩌다 당이 이렇게 됐는지…. 야당으로 전락해 총선까지 연달아 4번 참패한 상황에서 떠나려고 하니까 괴롭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너그들끼리 잘해봐라’ 이럴 수는 없다.”

- 이 정도 총선 패배를 예상했나.

“코로나 사태가 오기 전에는 잘 하면 이긴다고 했다. 선거는 중도표가 어디로 가느냐 게임인데 우리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을 안 했다. 우리끼리만 뭉치면 된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 가장 힘들었을 때를 꼽는다면.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파동 때다. 그때 내 의견대로 상향식 공천을 했으면 안 졌다. 지난 일에 후회도 많이 되는데, ‘박근혜 탄핵’에 관한 부분도 그렇다. ‘탄핵을 짚고 넘어가자’는 당내 주장이 많았다. 그건 끝이 없는 토론이 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자고 했다. 당이 분열된다고 봤다.”

- 연이은 통합당의 선거 패배에 책임 의식도 느껴진다.

“그러니까 총선 불출마를 선언 한 것이다.”

- 과거사법 통과 등 마지막까지 의회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회관에서 농성 중인데 여야 의원 중 찾아간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창문에 대고 “임마. 니 와 이라노”라고 말을 꺼냈다. 최승우씨와 코로나 와중인데도 동태찌개에 숟가락 같이 넣고 국물을 떠먹으며 설득했다.”

- 의정 활동 중 보람됐던 때는.

“이번 과거사법 통과와 철도파업 종식시켰던 일, 원내대표 시절 한국과 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통과시켰던 일이다. 그때도 정부와 여야 장관 불러서 운영위원장실 문 잠그고 조정하고 타협했다. 그래도 가장 기억남는 건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당선됐을 때다. 민주화 투쟁 끝에 권력을 쟁취했던 희열이 있다.”

- 초선 의원들에게 당부할 말은.

“기존 정치에 함몰되지 말고 자기 목소리를 내되 예의를 갖춰야 한다. 의회의 ‘의(議)’는 한자로 옳은 말을 하라는 의미이다. 국회의원 직업은 회의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다들 회의를 잘 참석 안 한다. 심지어 자기가 주최한 세미나에도 중간에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정치는 협상과 타협이다. 아파트를 사고팔 때도 파는 사람은 더 받으려 하고 사는 사람은 적게 주려고 하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계약서를 쓰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양보하는 것을 모욕으로 생각하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건 군인 정신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그렇게 되어 있다.”

-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조언을 한다면.

“다수의 횡포를 부리면 우리 꼴 난다. 그런 전조가 벌써 보인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를 며칠 만에 다 봤다. <왕좌의 게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정의는 없다. 이기는 게 곧 정의’이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권력을 쪼개야 한다. 개헌이 필요하다.”

대선 출마 대신 ‘킹메이커’로
“낙선한 의원들과 함께할 것”

- 대선 출마 뜻은 완전히 접었나.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다.”

- 킹메이커를 자임했는데 차기 대선 후보로 염두에 둔 사람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후보란 자기 색깔을 양보하고 많은 사람들의 중지를 모아가야 한다.”

- 앞으로의 구체적 계획은.

“(그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포구에 사무실을 얻었다. 이번에 원내 진입 못한 20대 의원들과 공유할 생각이다. 정권을 창출해야겠다는 의지로 노력할 생각이다. 전문가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첫번째 주제로는 ‘총선 참패 원인’과 ‘지속 가능한 보편적 복지’ 두 가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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