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한세트’로 묶여 비교되곤 합니다.

‘윤석열 대안’으로 거론되는 최 전 원장은 후발 주자로서 윤 전 총장을 의식한 듯 메시지와 소통에서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과 같은 ‘체급’에서 논의되는 효과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최 전 원장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마이웨이’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최 전 원장과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거나, 최 전 원장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할 경우 경쟁자인 최 전 원장의 체급만 올려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전격 입당 결정, ‘전언정치 거부’ 공보 전략, 화합과 치유라는 메시지 등에서 윤 전 총장과 결이 다른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을 중도 사퇴한 지 17일 만인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습니다. 대언론 전략에 있어서도 윤 전 총장이 비판을 받아왔던 ‘전언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 전 원장 캠프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전언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굉장히 싫어하시는데, 최 전 원장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식을 원한다”며 “최 전 원장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건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뚜렷한 ‘반문재인’ 메시지를 내는 윤 전 총장과는 달리 최 전 원장이 ‘화합과 치유’를 강조하는 것도 대조적입니다. 최 전 원장 캠프에서 정무, 공보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3선 출신 김영우 전 의원은 지난 14일 “남을 깎아내리고 비판하고 국민들의 분노를 활용하고 수단시하는 정치를 하면서도 또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하는데 저는 이게 다 가짜정치라고 본다”며 윤 전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과 대비되면서 함께 거론되는 상황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지지율이 열세인 그가 윤 전 총장과 동등한 선에서 비교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안’ ‘야권 플랜 B’라는 프레임 역시 추격 주자인 그에게 단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 전 원장 측은 에둘러서 윤 전 총장 측과의 대립구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4일 “지지율만 가지고 단일화를 논하는 건 구태정치”라며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가만히 있다가 단일화하자고 하는 건 처음부터 꽃가마를 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3지대에서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다만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를 향한 네거티브 공격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2일 “다른 사람이 잘못되는 것이 저의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살지 않았고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급히 공격을 할 경우 ‘미담 제조기’라는 자신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윤 전 총장이 대응하지 않을 경우 1위 주자에 대한 전형적인 흠집내기라는 비판만 받을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최 전 원장의 행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최 전 원장이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자 윤 전 총장은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손해가 있더라도 한번 정한 방향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걸어가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20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최 전 원장 행보에 따라 우리 기조를 바꾼다거나 하는 고려는 하고 있지 않다”면서 “최 전 원장은 입당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었고,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최 전 원장의 행보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나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야권 내 경쟁자이자 후발 주자인 최 전 원장을 키워주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야권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화력’을 여권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집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윤 전 총장은 ‘미 점령군 발언’‘기본소득’을 놓고 이 지사만 공격했습니다. 윤 전 총장에겐 최 전 원장과의 대결이 아니라 이 지사와의 일대일 구도 형성이 그의 대세론 지속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은 둘의 지지율이 비슷해지지 않는 한 최 전 원장에 대해 ‘무관심’ 전략으로 나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무시 전략과 대비 전략. 문재인 정부 사정기관 수장 출신 야권 주자로 ‘한세트’로 묶였던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전략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