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일부 행사 취소…민주당 “정치적 해석 자제” 당부
총선 앞 정치적 파장 촉각…이낙연 “충격과 분노, 쾌유 기원”
김건희 여사 특검법·거부권 둘러싼 여야 대치도 일단 미뤄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한 2일 여야가 일부 일정을 취소하며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고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대치도 연기된 모양새다. 여야는 총선을 99일 앞두고 발생한 제1야당 대표 테러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피습 소식이 알려진 후 이날 오후 6시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일정 참석을 취소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등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전과 대구에서 열리는 시도당 신년인사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한 위원장은 대전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방문에 대해 “제 마음은 당연히 언제든 (행사를) 중단하고 가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 방문하는 게 빠른 회복에 꼭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치료 상황을 보고 그쪽 일정에 잘 맞춰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며 일정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대표님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에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3일 의원총회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김용민·전용기 의원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할 예정이었지만 피습으로 인해 연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이날 오찬도 취소됐다. 이 대표가 당내 분열과 관련한 조언을 구할 것으로 예상된 터였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통화하며 “대표의 상태는 어떻나”라고 물은 뒤 “지금은 대표를 모시고 가서 수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일에 최선을 기울여달라”고 전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대표 피습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번주 안에 탈당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대표의 피습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 선언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내 잔류, 탈당, 신당 합류 등 거취를 밝히려 했던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의 입장 발표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모임 관계자는 “이번주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가동 중인 여야 협의체도 회의가 연기됐다.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공지를 통해 “예정돼 있는 여야 2+2 협의체는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여 연기됨을 알린다”고 했다. 회의 취소는 민주당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은 이날 정부로 이송되지 않았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회복을 기원하고 폭력 행위를 규탄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제1야당 대표가 흉기 테러를 당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며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명백한 정치 테러”라며 “일국의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제1야당의 당수를 향한 공격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생각이 다르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어떤 경우에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상대에 대한 증오가 우리 공동체를 사로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