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주권 포기한 외교부

2011.09.19 02:57
목정민 기자

미군 반환기지 환경평가 미측 주장 일방적 수용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진행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특별공동회의에서 외교통상부가 환경부의 의견과 달리 미국 측과의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결과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위해도 평가가 허술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관 외교전문에는 “2008년 5월15일 열린 SOFA 특별공동회의 대표자 회의에서 장모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이 한국 환경부의 제안을 3~4개만 관철했다. 2007년 협상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미 양국은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위해도 기준인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의 기준이 모호함에 따라 ‘공동환경평가절차서’를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었다. 회의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3개월이 지나 열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환경부는 200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제시된 안을 포함해 평가기준을 10개 정도 제시했으나 회의 전 외교부와 협의하면서 3~4개로 줄었다”고 밝혔다. 한·미 협상 과정에서 환경부의 의견이 축소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또 치유수준 협의 과정에서 외교부는 미국 측에 가장 완화된 기준을 제시했다.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을 보면 장 심의관은 기름이 5000PPM 이상 검출되면 미국에 복원 책임이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5000PPM은 성인 남성이 손으로 황토를 쥐어짰을 때 기름이 배어나오는 수준이다. 이는 사람·동식물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되는 ‘오염우려기준’이 아닌 ‘오염대책기준(사람·동식물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당장 출입을 금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한 수준)’에 해당한다. 외교부는 또 중금속 오염에 대한 대응에서도 미국 주장을 수용해 ‘한·미 양측 사이에 별도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치유가 가능하다’고 합의했다. 미국 측의 치유를 강제하는 조항은 빠졌다.

환경부가 2010년 1월 내부적으로 작성한 ‘하야리아 등 7개 기지반환 협상 경과’ 자료에는 부산 하야리아의 4개 지역에서 발암·비발암 위해도가 초과한 것으로 나와 있다. 우리 정부는 당시 미국 측에 치유를 요구했으나, 미측은 “KISE에 해당하는 오염이 아니다”라며 책임이 없다고 밝혀 협상이 결렬됐다.

당시 외교부·환경부·국방부가 하야리아 기지와 관련, “일부 지점의 위해성 여부에 대해 협의한 결과 미측의 자체 조치가 있었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된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61)은 18일 “2008년 반환 미군기지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이 미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등 환경주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회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당시 국내 환경법에 가장 유연한 부분을 적용하자는 제안을 ‘낚시질’처럼 던졌다”며 “그나마 미국 측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주재국 환경법을 적용한 사례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장모 당시 북미국 심의관은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시 정부 부처끼리 사전에 조율을 거쳐 마련한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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