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중국, 북한에 특별한 위치”…핵 고도화 억제 요청 통할까

2023.06.20 21:23

중국 지렛대로 북 압박 의도

중, 미 요구 무시하긴 어려워

미·중관계 개선 여부가 관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19일 중국을 방문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별한 위치(역할)”를 강조한 것은 북한의 정치·경제적 대중 의존을 활용해 도발적 군사행동을 억제해달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중국이 정세 악화 부담을 고려해 북한의 각종 도발이나 7차 핵실험을 통제하려 해도 북한이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9일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이 “특별한 위치”에 있다며 북한의 대화 재개와 위험한 행동 중단을 위한 영향력 행사를 중국 인사들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특별한 위치’는 더욱 밀착한 북·중관계와 연관돼 있다.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은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하며 국경을 맞댄 중국에 정치·경제 등 다방면에서 의존도를 키우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경봉쇄로 중단됐던 북·중 교역이 재개되며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고, 한반도 주변의 신냉전 구도에서 북·중 전략적 연대는 심화했다.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지렛대 삼아 행동 변화를 끌어내라는 미국 요구를 중국이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와 도발적 군사행동이 계속되면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돼 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이 북한 도발을 빌미로 중국 바로 옆 한반도에 전략·정찰자산을 전개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적 군사행동 수위를 관리하는 역할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의 다수 미사일 발사 시험 등 예기치 못한 도발을 줄이고 가장 크게는 7차 핵실험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당장 중국이 북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그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두둔하고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쌍중단’(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입장을 고수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뒤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중국 요구를 수용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대북 영향력 행사는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체제 유지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과 후대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명분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도 간과할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중국의 안보 위협을 경계하며 세력 균형 차원에서 주한미군 주둔을 찬성했다는 것이 알려졌을 정도다.

다만 미·중관계 개선 움직임 자체가 북한 문제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패권 경쟁에 기반을 둔 신냉전 구도가 완화될 경우 한·미·일 위협에 맞선다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전 위원은 “북한은 신냉전 구도로 가야 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데 미·중관계 변화로 이러한 공간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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