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탄핵, 노무현 탓이라 말해” 박원순 “아무리 경선이지만…” 폭발

2011.09.30 21:56 입력 2011.10.01 00:28 수정

‘박 대 박’ TV토론서 충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통합경선을 앞두고 30일 ‘박 대 박’이 충돌했다. 공중파 3사가 연 90분간의 TV토론 내내 두 사람은 창과 방패로,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51)은 시종 ‘파이터’로 나섰다. 처음에는 웃어 넘기던 박원순 변호사(55)도 마지막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초반부터 박 변호사는 박 의원과 민주노동당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58)의 협공을 받았다. 타깃은 박 변호사가 아름다운재단 등의 활동을 하며 받은 대기업 후원금이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변호사와 민주당 박영선 의원, 민주노동당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왼쪽부터)이 30일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변호사와 민주당 박영선 의원, 민주노동당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왼쪽부터)이 30일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박 의원 = 참여연대에서 재벌지배 구조를 고치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한손으로는 채찍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후원금을 받았다. 국민들에게 많은 상처를 줬던 론스타에서 후원금을 받은 것은 충격적이다.

최 소장 = 대기업 후원금은 착한 돈이 아닌 장물 같은 돈인데, 재벌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가려서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 변호사 = 나 개인이 받은 게 아니고, 모두 공익·자선사업에 완전히 썼다. 아름다운재단이나 희망제작소에 가면 장부가 다 있다.

토론회는 시간이 갈수록 후끈 달아올랐다. 초반엔 “살살 물어주실 줄 알았더니…”라고 웃던 박 변호사 얼굴도 중반부를 넘어서며 굳어졌다. 박 변호사는 재벌 후원금을 계속 추궁받자 “정말 서운하다”고 했다. 오히려 서울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놓고 박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80%가 진척됐다”고 한 데 대해 “잘못된 분석”이라고 따져 물으며 반격했다.

박영선 “탄핵, 노무현 탓이라 말해” 박원순 “아무리 경선이지만…” 폭발

‘박 대 박’의 대결은 박 변호사의 ‘한나라당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지원 유세’ 전력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발언을 꺼내는 대목에서 마침내 폭발했다. 박 변호사는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박 의원 = 박 변호사가 지원 유세한 한 분은 토건 행정을 하겠다는 분이었고, 다른 분은 군 보안사 출신이다.

박 변호사 = 한 분은 무소속이었고, 다른 분은 보안사 출신인 줄 몰랐다.

박 의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맞았을 때 ‘노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탓’이라고 말해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줬다. 도대체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 거냐.

박 변호사 =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박 의원은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시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경선이라고 해도 지엽·말단적인 것을 갖고 이렇게 하는 것은 무리다.

박 의원이 박 변호사의 발언이라면서 기사를 제시하자, 박 변호사는 “제 과거를 다 그렇게 조사했군요”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민주당에서 먼저 (나를 후보로) 나오라고 권유한 것은 내 이력과 삶의 궤적을 보고 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공방은 박 의원이 잘못된 자료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박 의원이 인용한 내용은 2007년 3월12일 CBS 라디오의 박 변호사 인터뷰 내용이다. 박원순 캠프의 송호창 대변인은 당시 인터뷰 전체 자료를 찾아 제시하면서 박 의원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송 대변인은 “인터뷰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아니라 국회 권한 남용을 지적한 것”이라며 “박 변호사 발언을 왜곡한 보수언론 기사를 기정사실화해 공격한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 보수 인터넷신문은 그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고, 제목을 ‘탄핵소추 그후 3년, 박원순, 노 대통령 권한 남용 탓’이라고 왜곡해 뽑았다. 토론회를 달궜던 공방의 출발점이 논란이 됐다. 박 변호사 측의 해명 요구에도 박 의원은 즉답하지 않았다.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기싸움도 줄곧 이어졌다. 박 변호사는 “왜 기존 큰 정당을 두고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주목하는가. 제도권 정치의 커다란 성찰이 필요하다”며 “정당정치가 시민 마음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자신에게 양보해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해준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박 의원은 “안철수 돌풍은 제도권 정치가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기회”라면서도 “정당정치는 서울 시민의 여론을 함께 모아서 조정하고 갈등을 타협하는 용광로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와 달리 정당정치를 옹호한 것이다. 박 의원은 “박 변호사의 5% 지지율이 안 원장 양보로 (현재 지지율로) 올라간 것”이라며 “혹자는 박원순 풍선이라고 비유한다”고 견제구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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