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 박’ TV토론서 충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통합경선을 앞두고 30일 ‘박 대 박’이 충돌했다. 공중파 3사가 연 90분간의 TV토론 내내 두 사람은 창과 방패로,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51)은 시종 ‘파이터’로 나섰다. 처음에는 웃어 넘기던 박원순 변호사(55)도 마지막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초반부터 박 변호사는 박 의원과 민주노동당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58)의 협공을 받았다. 타깃은 박 변호사가 아름다운재단 등의 활동을 하며 받은 대기업 후원금이었다.
박 의원 = 참여연대에서 재벌지배 구조를 고치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한손으로는 채찍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후원금을 받았다. 국민들에게 많은 상처를 줬던 론스타에서 후원금을 받은 것은 충격적이다.
최 소장 = 대기업 후원금은 착한 돈이 아닌 장물 같은 돈인데, 재벌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가려서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 변호사 = 나 개인이 받은 게 아니고, 모두 공익·자선사업에 완전히 썼다. 아름다운재단이나 희망제작소에 가면 장부가 다 있다.
토론회는 시간이 갈수록 후끈 달아올랐다. 초반엔 “살살 물어주실 줄 알았더니…”라고 웃던 박 변호사 얼굴도 중반부를 넘어서며 굳어졌다. 박 변호사는 재벌 후원금을 계속 추궁받자 “정말 서운하다”고 했다. 오히려 서울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놓고 박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80%가 진척됐다”고 한 데 대해 “잘못된 분석”이라고 따져 물으며 반격했다.
‘박 대 박’의 대결은 박 변호사의 ‘한나라당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지원 유세’ 전력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발언을 꺼내는 대목에서 마침내 폭발했다. 박 변호사는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박 의원 = 박 변호사가 지원 유세한 한 분은 토건 행정을 하겠다는 분이었고, 다른 분은 군 보안사 출신이다.
박 변호사 = 한 분은 무소속이었고, 다른 분은 보안사 출신인 줄 몰랐다.
박 의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맞았을 때 ‘노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탓’이라고 말해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줬다. 도대체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 거냐.
박 변호사 =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박 의원은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시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경선이라고 해도 지엽·말단적인 것을 갖고 이렇게 하는 것은 무리다.
박 의원이 박 변호사의 발언이라면서 기사를 제시하자, 박 변호사는 “제 과거를 다 그렇게 조사했군요”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민주당에서 먼저 (나를 후보로) 나오라고 권유한 것은 내 이력과 삶의 궤적을 보고 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공방은 박 의원이 잘못된 자료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박 의원이 인용한 내용은 2007년 3월12일 CBS 라디오의 박 변호사 인터뷰 내용이다. 박원순 캠프의 송호창 대변인은 당시 인터뷰 전체 자료를 찾아 제시하면서 박 의원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송 대변인은 “인터뷰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아니라 국회 권한 남용을 지적한 것”이라며 “박 변호사 발언을 왜곡한 보수언론 기사를 기정사실화해 공격한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 보수 인터넷신문은 그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고, 제목을 ‘탄핵소추 그후 3년, 박원순, 노 대통령 권한 남용 탓’이라고 왜곡해 뽑았다. 토론회를 달궜던 공방의 출발점이 논란이 됐다. 박 변호사 측의 해명 요구에도 박 의원은 즉답하지 않았다.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기싸움도 줄곧 이어졌다. 박 변호사는 “왜 기존 큰 정당을 두고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주목하는가. 제도권 정치의 커다란 성찰이 필요하다”며 “정당정치가 시민 마음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자신에게 양보해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해준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박 의원은 “안철수 돌풍은 제도권 정치가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기회”라면서도 “정당정치는 서울 시민의 여론을 함께 모아서 조정하고 갈등을 타협하는 용광로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와 달리 정당정치를 옹호한 것이다. 박 의원은 “박 변호사의 5% 지지율이 안 원장 양보로 (현재 지지율로) 올라간 것”이라며 “혹자는 박원순 풍선이라고 비유한다”고 견제구를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