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보이콧·추가 탈당 시사…파국 치닫는 민주당 공천 갈등

2024.02.26 20:20 입력 2024.02.26 22:12 수정

고민정 “무기력해” 당무 거부

박영순 “탈당”…홍영표도 ‘고심’

이재명 “시스템 공천” 되풀이만

‘안철수 상대’로 이광재 전략공천

<b>전세사기 피해자 마음처럼 구멍 난 천장</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 가구를 방문해 뜯긴 천장을 살펴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전세사기 피해자 마음처럼 구멍 난 천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 가구를 방문해 뜯긴 천장을 살펴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공천 파열음에 갈라지는 민주당…지지율은 줄줄 샌다

더불어민주당 내 4·10 총선 공천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이 비이재명(비명)계 찍어내기 논란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26일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 대표가 사태를 방관하는 사이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역전됐다. 비명계 박영순 의원이 27일 탈당을 예고하는 등 연쇄 탈당이 예상된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가 인천 남동구에서 주재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고 최고위원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의 공천 문제가 ‘공천 개입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논의되지 않아 무기력함을 느끼고 불참했다”며 “(앞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지는) 상황을 좀 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당무 거부 선언이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 전 총장, 추미애 전 대표 등의 공천 문제를 거론하면서 “빨리 뇌관이 되는 부분들은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 대표가) 논의조차 전혀 안 하고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 최고위원은 특히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임 전 실장을 두고 “공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배제되면 친문재인(친문)계 찍어내기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이 전 총장을 경기 성남분당갑에 전략공천했다.

고 최고위원과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강원도당위원장인 친이재명(친명)계 김우영 전 서울 은평구청장의 서울 은평을 지역구 경선 참여 문제를 두고도 다른 지도부 인사와 부딪쳤다. 두 사람은 김 전 구청장이 강원도가 아닌 은평을에서 비명계 현역 강병원 의원과 경선하도록 허용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당사자에게 평가 근거를 공개할지도 지도부 내 주요 갈등 사안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홍 원내대표에게 하위 20% 평가 근거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지난 23일 “공개는 당규 위반”이라고 갑자기 말을 바꿨다. 고 최고위원과 홍 원내대표는 “(하위 20%) 본인에게만이라도 설명은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 당규 75조는 “필요한 경우 평가위원회 의결을 거쳐 범위를 한정해 관련 사항을 열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당사자의 열람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친문 배제 논란 일파만파…이재명 “불가피한 결정” 방관
당 지지율, 1년 만에 여당에 역전…“총선 폭망” 우려 확산

하위 20% 의원 일부는 탈당을 예고했다. 특히 하위 20% 명단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 살생부’와 겹친다는 분석이 나오자 반발이 커졌다. 하위 10%라고 밝힌 비명계 설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정치를 무슨 복수혈전 하듯이 하나”라며 “(탈당을) 결심한 분이 몇분 계시다”라고 말했다.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법적, 도덕적 리스크도 없는 저에게 경선 기회조차 박탈하려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거취와 관련해) 많이 고민하고 많은 분과 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재판 대응 변호사나 성남시·경기도팀 출신인 ‘찐명 정치인’들이 현역을 제치고 공천받는다는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친명계였던 이용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광산갑에 ‘이재명의 변호사’인 찐명 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별보좌역이 정치 신인 가산점 20%를 받게 되자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 기득권 특혜를 인정하는 무지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경기 성남분당갑 예비후보인 김지호 전 이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홍 (원내)대표님, 이광재 (전 사무)총장께 분당갑 출마를 권유한 게 사실인가”라며 “특혜 공천 논란”이라고 비판했다. 친명계 원외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입장문을 내고 고 최고위원을 향해 “당무를 거부하려면 사퇴하라”고 했다.

당 내분이 커지고 있는데도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민주당은 1년 전에 확정한 특별당규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부분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시끄러운 상황이 빨리 넘어가서 본선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3.5%, 민주당 39.5%로 1년 만에 두 당의 지지율이 역전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무선 97%와 유선 3%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3.7%).

메타보이스가 JTBC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8%, 민주당 30%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전화면접조사 무선 100%. 응답률 10.3%). 자세한 내용은 두 여론조사 모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수도권 출마 의원들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한 경기 지역 의원은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지만 그 말을 누가 믿겠나”라며 “이 대표가 총선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총선 승리에 대한 전혀 근거 없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유승찬 정치평론가는 “중도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이 대표였는데 이번 공천 과정에서 ‘이재명 사당화’ 이미지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에 선거가 더 힘들어졌다”며 “최소한의 공정성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면 이 대표 스스로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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