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냉랭한 남북관계 속 ‘이례적 제스처’…정상 간 ‘신뢰’ 확인

2020.03.05 21:43 입력 2020.03.05 21:44 수정

문 대통령에 ‘코로나 친서’

코로나19 사투 위로 전하며

한반도 정세 진솔한 입장도

북·미 협상 동력 될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보낸 것은 단절되다시피 한 최근의 남북관계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친서는 지난해 말 북한의 금강산지구 남측 시설 철거 요구 등으로 악화일로인 한반도 정세 속에서도 두 정상 간 신뢰관계는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보낸 친서를 통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며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5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남측 국민들과 문 대통령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위원장 친서는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코로나19와 한반도 정세 관련 내용이 절반 정도씩 담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친서는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에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내놓은 바로 다음날 보내진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통해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비난하면서도 직접적인 문 대통령 비난은 삼갔다.

정부 당국자는 “김 제1부부장 담화를 통해 ‘이번 훈련은 대남·대미용이 아닌 내부용 훈련이니 뭐라고 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김 위원장 친서를 통해 정상 간 친분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에도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냈다.

친서 교환을 계기로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냉랭해진 남북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밝힌 소회와 입장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고심’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정부가 원하는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북·미 협상 추동’ 구상에 탄력이 붙을지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남북 보건 협력을 제안한 직후 친서가 오갔다는 점에서 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남북 간 협력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별도의 채널에서 따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가 논의를 기대했다.

당분간 중국 관광객의 대규모 유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북한이 그간 무반응으로 일관해온 남측의 개별관광 구상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다만 친서 교환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반기면서도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좋은 시그널인 건 분명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발판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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