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한국, 아직도 색깔 공세가 통하는 나라”

2009.07.20 10:22
경향닷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 고민과 한계를 토로한 유고가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의 미공개 유고들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어서 세상이 달라질 것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먼저 바꾸어서 정권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고 <한겨레>가 20일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1987년 선거에서는 영남이 분열했음에도, 92년은 정주영 후보가 표를 갈랐음에도 (이기지 못했고), 2002년은 영남의 일부가 호남의 표와 제휴할 수 있는 아주 특수한 구도였다. 이런 구도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시민이 주권자로서 권리를 찾고 올바르게 행사해야 한다”며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을 촉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임기중 ‘좌파 정부’라는 공격을 받았던 것과 관련, “임기 초반 경제위기, 의회 구성, 이념 공세, 여론의 관심 부족 등으로 분배 정책은 꺼내 보지도 못했다”며 “나중에 선순환, 동반성장, 비전 2030 등의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름만 붙여놓고 흐지부지했거나 세금폭탄이라는 말폭탄에 묻혀버리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한국을 “반공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아직도 색깔 공세가 통하는 나라”라며 ‘보수의 나라’로 규정한 뒤, “한참을 더 가야 미국, 일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진보의 시대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은 “오바마의 당선이 진보의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제 진보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미국 국민은 감세정책, 트리클 다운, 금융 규제 완화 등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뒤 “버락 오바마가 한국에 오면 밀어줄 국회가 있는가? 밀어줄 여론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인색한 평가에 대해 “임기 내내 한나라당과 언론은 ‘경제 파탄’이라 규정하고 온갖 비난과 모욕을 퍼부었다. 여당이라는 사람들도 반론하지 않았다. 과연 노무현 시대의 경제는 어떤 상황이었기에 그처럼 모진 심판을 받았을까”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은 아울러 한-미 FTA와 관련해 자신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던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는 나쁘다. 개방은 신자유주의다. 고로 개방은 나쁘다. 개방, 민영화, 노동의 유연화 일부 정책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하고, 나쁘다는 논리로 가는 것은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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