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지방재정 큰 타격”… 야권 시장 존재감 부각

2011.11.07 22:03 입력 2011.11.07 23:52 수정
이서화 기자

사실상 FTA 반대 표명

박원순 서울시장(55)이 7일 정부에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견서는 측근조차 감지 못했을 만큼 전격적인 조치였다. 박 시장은 의견서에서 “FTA는 국가 간 통상 진흥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시작한 뒤 각론에 들어가선 조목조목 문제점을 따지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사실상 FTA 반대로 읽힌다.

눈여겨볼 대목은 박 시장이 FTA 전선에 등장한 시점이다. 현재 여야는 FTA 비준을 둘러싸고 전면대치 중에 있다. 박 시장의 개입이 정치적인 행보로도 비치는 이유다.

실제로 박 시장이 야권과 범시민사회단체가 한·미 FTA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는 국면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 FTA 의견서가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류 대변인은 “FTA 찬반 입장이라기보다는 1000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의 입장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비준을 앞둔 FTA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이유를 “FTA는 중앙정부가 결정하지만 그 영향은 지자체 주민, 시민들에게 크게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FTA 발효 이후 지자체에 닥칠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시장은 우선 재래시장 반경 1㎞ 이내에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유통법과 상생법은 한·미 FTA에 따라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미 FTA 협정문 제12.4조는 ‘지역적 소구분에 기초한 경제적 수요 심사를 앞세워 서비스 공급자 수를 제한하는 형태’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계 대형마트가 이 조항을 들어 유통법·상생법 등 SSM 규제 국내법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면호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54)은 이와 관련, “서울시에서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유통법·상생법뿐만 아니라 21개 자치구가 조례 개정까지 끝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법 규정들도 협정에 의해 아무런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한·미 FTA 협정문 부속서Ⅱ(미래유보)의 내용이 민생경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이 구체적이지 못해 외국인 주주들의 이익 추구로 전기·가스 요금 등 일부 공공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FTA가 발효되면 서울시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달 조승수 의원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향후 5년간 자동차세 6940억원, 취득세 1463억원, 지방소비세 95억원, 지방교부세 347억원 등의 세수가 줄어 지방재정이 흔들린다”고 밝혔다. 이 중 서울시의 세수 감소분은 자동차세 1300억원, 취득세 329억원, 지방소비세 15억원 등 16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한·미 FTA 발효로 연간 260억원의 자동차세 수입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박 시장은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 세수의 감소는 서울시민에 대한 서비스 질 저하로 직결된다”며 “중앙정부의 세수보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독소조항’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서울시에 큰 재정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규모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 기업과 정부가 서울시를 국제중재기구에 제소할 경우를 우려했다. 패소하면 금전으로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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