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희호 여사 오시면 빈손으로 돌려보내겠냐고 하더라”

2014.12.18 06:00

방북해 아태위 부위원장 만나고 온 박지원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72)은 17일 “(북측이) ‘북남관계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오히려 비중 있게 나가고 있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를 맞아 지난 16일 방북해 북한 아시아태평양위원회 원동연 부위원장과 만나고 온 뒤 이날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내년 이희호 여사의 방북과 관련해 “원 부위원장이 ‘이 여사가 방북하면 빈손으로 돌려보내겠느냐’고 말했다”고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 김정일 위원장 3주기 분위기는 어땠나.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애도 기간이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한 식당에 갔더니 여성 직원이 ‘애도 기간 3일간 노래, 연주 등을 일절 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측 인사들이 자신감 있게 나오는 걸로 봐선 김정은 체제는 굳건한 것 같았다.”

▲“남북관계, 청와대·여당이
비중있게 나가는 것 알더라
북, ‘통일대박’ 얘기하면서
종북논쟁 왜 하느냐 항의”

- 방북 브리핑에서 북측의 대화 재개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했다.

“원 부위원장이 약 90분간 진행된 대화에서 유난히 연말 연초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내년이 6·15 공동선언 15주년 되는 해다. 올해 말까지 돌발사태가 없다면 왜 우리가 대화를 거부하겠느냐’ ‘올해 말에 돌출적 문제가 안 나오도록 각별히 노력하고 조심해서 같이 만들어나가자’고 한 말이 대표적이다.”

- 북측이 걱정하는 ‘돌발사태’가 무엇인가.

“대북 삐라 살포에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도 돌발사태임을 암시했다. 내가 ‘유엔 인권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원 부위원장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 북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게 또 있었나.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선(先) 핵 폐기’ 빗장을 풀어주고,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5·24 조치,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건 관계 개선 의지라고 내가 설득했다. 그랬더니 원 부위원장이 ‘북남관계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오히려 비중 있게 나가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통일준비위를 꾸리고 통일대박 얘기를 하면서도 박 의원 (조문)방북에 대해서 종북논쟁을 일으키는 게 바람직하냐. 적대적 나라끼리도 조문외교가 있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되겠느냐’고 항의했다.”

- 이희호 여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 여사 방북 문제는 구체적으로 오가지 않았지만 원 부위원장이 ‘우리가 이 여사 오시면 그냥 가시게 하겠느냐, 빈손으로 돌려보내겠느냐’고 했다. 이 말은 암시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이 여사 방북 일정에 대해 원 부위원장은 ‘김정은 원수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생각하는 의미에서 5월도 좋다’고 했다.”

- 남북 국회회담에 대한 북측 생각은 어떤가.

“안 그래도 남북 국회회담 얘기를 꺼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도 내년 여름에 전남지역 학생 200여명이 목포~서울~평양을 거쳐가는 시베리아철도 횡단을 구상하고 있으니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원 부위원장은 ‘얼마든지 협력할 자세가 돼 있다. 그러려면 돌발사태가 없도록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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