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댓글’은 계속된다

‘세월호 여론조작’ 주동자, 대선 때도 ‘댓글 핵심축’

2016.08.03 06:00 입력 강진구 기자

보수단체 간부 김상진씨의 트위터 5년 일지 분석

“칭찬해주세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인 김상진씨가 2012년 대선 이틀 뒤인 12월21일 자신의 선거기간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자평하면서 올린 트윗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트위터 여론 조작을 주도한 ‘댓글 조장’으로 지목한 보수단체 간부가 2012년 대선 때도 다수의 유령계정을 이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민간요원(PA)이나 ‘십알단’으로 알려진 여의도 댓글 부대원들과도 밀접하게 트윗을 주고받으며 댓글을 작성·유포해온 핵심 인물이었다. 대선에 동원된 유령계정들은 세월호 댓글 공세를 거쳐 지난 4월 총선에까지 활용된 사실도 포착됐다.

경향신문이 2일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이버감시단장을 맡고 있는 김상진씨(48)가 2011년부터 작성한 트위터(@ksj03169) 일지를 단독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씨는 2012년 대선 공식선거운동 기간(24일)에 총 824개 트윗글을 올리고 최소 64개의 유령계정을 이용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5년 동안 써 온 트위터 일지는 1300여페이지 분량이었다.

김씨는 대선투표 당일인 12월19일 선거법 위반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친노종북이 5년 동안 설치는 것 보고 싶으냐”며 보수층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트윗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틀 뒤 트위터에 “11월26일 선거전에 합류해서 12월19일까지 봇(자동 전파 프로그램) 안 돌리고 리트윗된 게 3만4566개, 칭찬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봇을 이용한 노출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글을 유포시킨 셈이다.

김씨는 트윗을 작성할 때 #kokon, #safekorea, #Dcin 등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이 사용한 것과 동일한 해시태그(#)를 썼다. 그는 2013년 검찰 특별수사팀이 ‘박사모’ 간부 출신의 국정원 민간댓글요원(PA)으로 지목한 @kkj0588과도 10여차례 트윗을 교환했다. 대선 직전 여의도에서 ‘십알단’이라는 댓글부대를 운영하다 발각된 윤정훈 목사(@junghoonYoon)가 올린 트윗에는 대선 7개월 전부터 리트윗했다.

김씨는 지난달 세월호 ‘댓글 조장’으로 지목된 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이나 십알단과의 관계성은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으나,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씨가 활용하고 있는 유령계정 64개 중 60개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유령계정을 늘리기 시작한 2011년 12월 일제히 만들어졌다. 이 계정들은 지난해 8월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가 지난 4·13 총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4월5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동원되기도 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선 때 만든 유령계정을 세월호 사건이나 선거처럼 중요한 국면에 동원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용패턴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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