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 추모 '30초 묵념'에···새누리 의원들, 국감장 집단 퇴장

2016.10.14 10:48 입력 2016.10.14 10:59 수정 김한솔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14일 국정감사를 시작하기 전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이 됐다 숨진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 30초간 추모 묵념을 하자는 제안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날 국감 질의를 시작하기 전 “견해를 차이를 넘어 한 국민의 죽음, 그리고 우리 소중한 먹거리를 위해 한 생을 살다 고인이 되신 고인의 명복을 비는 예를 간단히 갖추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백 농민에 대한 묵념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은 새누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 더민주 간사인 인재근 의원과 논의를 한 뒤 30초간 묵념하는 것을 결정했다. 김 의원은 묵념 전 “여당 위원들 중에는 동의 못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유명을 달리한 분이시기 때문에 묵념에는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전 박인숙 개인이 앉아있는게 아니라 17만명 송파갑 주민이 절 선택해서 이 자리에 있고 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유권자를 대변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조의를 표할 수 있지만 단체로 국회에서 (묵념을) 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모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이런 표현을 한다면 대한민국의 국권, 주권, 국민 보호를 위해서 헬리콥터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는 왜 묵념을 안하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송석준 의원도 “절대 반대한다”며 “다 같이 공감하지 않는 추념을 언론과 국민들 지켜보는 가운데 여기서 한다는 것은 너무나 생뚱맞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백 농민에 대한 묵념이 시작되자 간사를 제외하고 전원 퇴장했다.

처음 묵념을 제안한 정의당 윤 의원은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죽음에 대한 도리로 조의를 표하자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남아있는 분들, 유족분들,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모아서 고개를 숙여 추념하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것이냐”며 “이것이 과연 지역구 민심을 왜곡하고 배반하는 일인지 저는 정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국회에서 이런 정도의 추모도 못한다는 현실이 대단히 부끄럽도 서글프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복지위 국정감사는 감사 개시 30분만에 정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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