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표심은 남·녀, 초반·후반 제각각

2020.05.31 11:11

여당 선택, 남성 48%·여성 64%… 18세는 여당 선택 62%

20대의 젊은층은 어느 정당을 지지할까. 여론조사에서 20대의 표심에는 항상 물음표가 따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0대의 표심을 정형화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각 정당 역시 20대의 표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20대 이하(18∼29세)의 표심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연령인 18세부터 29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양상이 출구조사에서 드러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다른 세대는 별도로 묶을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20대 이하는 제각각”이라면서 “다양한 성향이 단층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세대”라고 말했다.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총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19∼29세의 남성은 47.7%가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줬다. 40.5%는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같은 19∼29세이지만 여성은 63.6%가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반면 25.1%만 통합당 후보를 찍었다. 20대 남성의 민주당-통합당 지지율 격차는 7.2%포인트인 반면, 여성의 양당 지지율 격차는 무려 38.5%포인트에 달했다. 20대 여성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20대 남성은 달랐다. ‘이대남 현상(20대 남성의 보수적 변화)’이 출구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젠더 이슈와 ‘조국 사태’ 등으로,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난해부터 나왔다.

‘2020총선넷’ 참가단체 회원이 4월 총선을 앞두고 ‘희망’에 투표하자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2020총선넷’ 참가단체 회원이 4월 총선을 앞두고 ‘희망’에 투표하자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18~29세 다양한 스펙트럼 보여

남녀를 합한 19∼29세의 각 정당지지율의 평균값(민주당 56.4%, 통합당 32.0%)은 큰 의미가 없다. 같은 20대지만 남녀 간 차이가 마치 다른 세대처럼 너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0대에는 남성과 여성의 벽이 있는 것처럼 또 다른 단층이 있다. 올해 첫 투표를 한 18세 유권자의 표심이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18세 유권자들은 62.3%가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다. 24.6%만 통합당을 선택했다. 이 같은 성향은 세대별로 본다면 20대 전체와 비슷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30·40대 전체의 투표 성향과 비슷했다. 엄경영 소장은 “18세 유권자는 첫 투표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부모 세대인 86세대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대학교를 졸업한 20대와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18세 유권자들의 부모 세대가 대부분 1980년대 후반 이후에 대학을 다녔다”면서 “부모인 86세대의 성향이 자녀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세대 성향 반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총선 출구조사에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20대는 초반(19∼24세)과 후반(25∼29세)도 성향이 각각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젠더 이슈에 대해 20대 초반과 후반의 생각은 같지 않았다. 리서치뷰가 지난해 5월 실시한 여론조사(19~39세 500명 대상 ‘청년세대 성 갈등 완화정책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여성가족부의 젠더갈등에 대한 대처 평가에서 20대 초반(19∼24세)의 남성은 만족이 12.0%, 불만족이 73.7%(보통 14.2%)였고, 20대 후반(25∼29세)은 만족이 3.5%, 불만족이 90.6%(보통 5.8%)였다. 20대 후반이 젠더 이슈에 대해 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이다. 20대 초반의 여성은 동일한 질문에 만족이 30.4%, 불만족이 38.1%(보통 31.5%)였다. 20대 후반의 여성은 만족이 12.4%, 불만족이 39.5%(보통 48.1%)였다.

양성평등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기관인 여성가족부에 대해 20대 초반과 후반은 제각각 다른 평가를 내린 것이다. 20대 초반보다 20대 후반이 젠더갈등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대해 불만족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그리고 2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 비해 ‘불만족’이 훨씬 더 많았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정부의 젠더갈등 완화 정책에 대해 20대 후반이 더 불만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0대들이 사회를 보는 프레임 자체가 다른 세대와 매우 다르다”면서 “다른 세대에 나타나는 지역갈등-세대갈등-이념갈등뿐 아니라 ‘젠더갈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초반과 20대 후반의 서로 다른 성향은 취업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홍형식 소장은 “20대 후반에게는 사회 진출이라는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다”면서 “때문에 양성평등 정책, 비정규직, 군 복무 가산점 등으로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20대 표심은 남·녀, 초반·후반 제각각

20대 초반과 후반도 성향 달라

20대 초반과 20대 후반은 젠더갈등과 정치적 성향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리서치뷰의 같은 여론조사에서 20대 후반의 정치적인 성향은 20대 초반보다 더 진보적이었다. 20대 후반의 남성 중 자신이 진보라고 정치적 성향을 밝힌 응답자는 54.8%였다. 보수는 28.4%, 중도는 16.7%였다. 20대 초반의 남성에서 진보는 45.8%였다. 보수는 34.9%, 중도는 19.4%였다. 20대 여성도 초반보다 후반이 더 진보적이었다. 진보 성향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20대 후반 여성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20대 초반 여성, 그다음이 20대 후반 남성, 20대 초반 남성 순이었다.

20대 초반과 후반의 경계점에는 2016년 말 촛불 혁명이 있다. 엄경영 소장은 “20대 후반은 ‘촛불’을 경험했고, 보수 정권의 몰락을 지켜봤다”면서 “하지만 20대 초반은 탈이념 탈진영 성향을 갖고 있어, 겉으로는 20대 후반보다는 좀 더 보수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0대 후반은 정치적 성향에서는 20대 초반보다 더 진보적이나, 젠더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서 “촛불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20대 후반은 개혁 추진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20대 초반의 비판적 의식과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은 지난해 말 ‘조국 사태’에서 정부·여당에 대해 20대 후반보다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은 경쟁에 익숙한 세대로, 평등보다는 공정을 더 높은 가치로 보고 있다. 엄경영 소장은 “20대 초반은 진영적 논리를 싫어하는데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안일원 대표는 “20대 초반은 조국 사태나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블록체인 규제 등 ‘공정’에 대한 이슈에서 20대 후반보다 더 비판적”이라고 해석했다.

4월 총선에서 20대 이하는 전체 유권자 중 18.1%(795만 285명)였다. 정치권으로서는 이들 세대의 표심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20대 이하의 표심은 온갖 성향이 겹쳐 있기 때문에 단일한 정책으로 이들의 표심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성과 여성이 확연히 다르고, 나이별로도 20세 미만, 20대 초반, 20대 후반 별로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념은 물론 특정 이슈에 대한 성향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안일원 대표는 “20대 이하 세대는 정치적 성향이나 안보·경제·개혁 이슈 등에서 다중적인 측면이 나타나기 때문에 기성세대처럼 단 하나의 공통분모로 특징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