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한반도비핵화 선언 파기” 꺼낸 여당 대표

2022.10.12 17:01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컨벤션홀에서 대한민국, 길을 묻다 : 도전과 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2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컨벤션홀에서 대한민국, 길을 묻다 : 도전과 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2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 핵무장 등 핵능력 보유 논의에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외교 환경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을 여당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꺼낸 것이 경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민사관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SNS에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며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한 포럼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만 지금 전술핵을 다 물리고 핵 없는 나라가 됐다. 더 이상 그 선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된 메시지이냐는 질문에는 “바로 그것과 연결짓는 건 무리”라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1992년 핵무기 생산·보유·사용 등을 하지 않겠다고 서명한 선언이다. 앞서 미국은 1991년 한반도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했다.

정 비대위원장의 주장은 고도화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국도 핵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북한이 핵무장을 이미 사실상 완성해 있다고 판단되고, 소형화, 또 다종화된 마당이다. 운반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 종류도 아주 다양화돼 있는 게 드러나 있지 않나”라며 “우리도 자위적 수단을 강구해야 된다. 핵에 대해서 다른 비대칭적 무기인 재래식 무기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 결국 우리 스스로도 핵능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는 “핵공유와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 정부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5일 SNS에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핵무장에 반대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상대로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같은날 SNS에 “대북 핵전략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전술핵 재배치 논의 여부와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회의가 없었지만 개별적으로는 의견이 오고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핵능력 보유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반론이 있다. 당장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고 한반도의 비핵화 기조를 흔드는 주장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주변국의 핵무장을 자극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긴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입장도 관건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질문에 “동맹 사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다. 우리는 아직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국정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지지층 결집용 ‘안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당 대표인 정 위원장이 자신의 식민사관 논란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이슈 제기라는 시각도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위원장) 본인의 실수를 다른 새로운 이슈를 제기해 덮으려고 하는 정치적 속셈 아닌가”라며 “전술핵과 같은 한반도 안보 정책에 있어서 매우 중차대한 문제를 지금 그런 방식으로 던진 의도는 분명하지 않나. 대단히 무책임한 언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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