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유시민 언급하며 “전화 함부로 하면 안돼·존재 자체가 압력”

2023.06.14 19:13 입력 2023.06.15 11:25 수정

“난 영향력 없는 위치”라던 이동관

아들 학폭 관련 하나고 이사장과 통화

청와대 대변인 때 언론사 외압 논란도

2019년 9월 5일 JTBC ‘전용우의 뉴스ON’ 라이브썰전 코너에 출연한 이동관 특보. JTBC 화면 갈무리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4년 전 TV방송에 출연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거물’로 표현하며 “존재 자체가 압력인데 전화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특보가 이 같은 발언을 한 2019년 9월 당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 의혹이 확산되던 때로, 유 전 이사장과 김 의원이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논평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특보는 2008년 본인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언론사 편집국장에게, 2012년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하나고 이사장에게 전화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특보는 당시 청와대 대변인 신분이거나 청와대 홍보수석과 언론특보를 거친 이명박 정권의 실세 중 하나였는데, 이 특보의 말대로라면 그의 ‘존재 자체가 압력’이고, 그런 그가 언론사 편집국장과 하나고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한 것은 그 자체로 외압이라는 것이다.

이 특보는 2019년 9월5일 JTBC ‘전용우의 뉴스 ON’ 라이브썰전 코너에 출연해 “두 분(유시민, 김두관)은 거물이잖아요. 존재 자체가 압력인 거예요. 전화 이렇게 함부로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너는 존재 자체가 역모”라는 영화 <사도세자>의 대사를 인용해 정치권 안팎의 인사가 논란의 인물에게 전화를 건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 특보는 최근 다시 불거진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지난 8일 대통령실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김승유 당시 하나고 이사장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2011년 말 공직을 이미 떠난 민간인 신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5년차였고, 이 특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를 돌아가며 지낸 실세였다. 방송에 출연해 한 이 특보의 발언대로라면 그의 존재 자체가 학교에는 상당한 압력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

2008년 영농계획서 위조 의혹···국민일보 편집국장에 “좀 봐달라”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시절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특보는 2008년 청와대 대변인 임명 직후 본인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도 직접 전화를 걸었다가 외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농지 취득 과정에서 허위로 위임장을 작성하는 등 ‘가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이었는데, 이 특보는 이를 보도하려던 국민일보 측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 지부는 당시 이 특보가 “내가 잘못했다. 이번 건을 넘어가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는 말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당시에도 ‘통화’는 인정했지만 ‘외압’은 부인했다. 이 특보는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친한 언론사 동기로, 두세 차례 전화를 해 사정을 설명하고 자초지종을 얘기하면서 친구끼리 하는 말로 ‘좀 봐줘’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위협이나 협박을 가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008년 12월 이 특보의 불법 농지 취득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이 특보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전화를 건 사실은 인정되지만 전화를 받은 측에서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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